아리스토텔레스 바퀴 역설
지난 영상, 원과 같은 넓이를 갖는 정사각형의 작도 영상에 대한 보충영상입니다. 수학적으로 정설이 되는 반론을 정확히 소개해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현대 수학의 핵인 미적분의 성과를 반영하지 않아 너무 오래 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서 급하게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예정되어 있던 영상들은 순차적으로 한 주씩 늦췄구요.
먼저 원적 문제 자체에 대한 소개가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간단히 보충하겠습니다. 원둘레를 찾는 것은 곧 원과 같은 넓이의 정사각형을 작도하는 문제와 같습니다. 원둘레, 삼각형, 직사각형, 그러면 두 변을 이용해 바로 정사각형을 작도할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수학을 보자면 히포크라테스의 (반)달이 정확한 넓이를 알 수 있었던 최초의 곡선 도형입니다. 히포크라테스가 상당히 자랑스러워 했다고 하죠. 보통 히포크라테스의 초승달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그림은 아랍 수학자 알하젠이 서기 천년 무렵에 일반화한 그림입니다. 하지만 원적문제는 큰 진전이 없이 최종적인 결론은 잘 알려진 대로 작도 불가능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원주율은 심지어 작도가능수를 넘어 대수적인 수를 넘어 초월수라고 판명되었네요.
작도가능수= 차수가 2의 거듭제곱인 (이차방정식의 연속으로 분해되는) 다항식의 근이 되는 수
대수적인 수 = 정수계수 다항식의 근이 되는 수
초월수=그 수를 근으로 갖는 정수계수 다항식이 존재하지 않는 수
두 번째로 정설이 된 반론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이미 해결이 된 이야기를 마치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번 영상에서 역설에 대한 반론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역설에 대한 대부분의 반론은 싸이클로이드를 이용한 반론입니다.
지난 영상의 대본 작성을 위해서 참조한 글들을 보겠습니다. 위키피디아에도 그러한 내용이 나오고요,
https://en.wikipedia.org/wiki/Aristotle%27s_wheel_paradox
네이버에서는 다음 글이 돋보이더군요,
https://m.blog.naver.com/wsh0930/221807868066
반지름이 30인 원이 점점 큰 원 안에서 돌아갈 때를 비교해서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러 번 검토를 했지만 이 방식의 논증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게 된 이유를 말해보겠습니다. 바퀴 역설의 핵심은 일대일 대응과 접점의 운동입니다. 아, 그런데.. 댓글 중에 일대일 대응을 정확히 지적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역설에 대한 정확한 눈을 가지신 분이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이클로이드를 포함한 다양한 트로코이드, 즉 바퀴 곡선들이 다루는 내용은 고정된 한 점의 운동입니다. 한 마디로 바퀴 역설은 접점을 계속 옮겨 타면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이 있는데, 바퀴 곡선들은 어느 한 점에 머무르면서 그 점을 그대로 따라갈 때 벌어지는 일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대상이 다릅니다. 바퀴 역설의 핵심은 일대일 대응인데, 일대일 대응을 질문하고 있는데, 그 일대일 대응은 어디에 있나요? 서로 다른 논점의 대상을 비교하여 주장을 끌어낼 수 없음이 제 결론입니다.
//바퀴곡선들도 사실 일대일대응입니다. 사실 모든 운동은 일대일대응입니다. 만약 일대일대응인데도 길이가 다르다고 주장한다면 이미 소개하였습니다. 바깥 원의 둘레와 안 쪽 원의 둘레는 서로 일대일대응하여 작은 원의 둘레가 큰 원의 둘레와 같다면 큰 원의 둘레는 작은 원의 둘레와 같다는 반론이 그 논리에 대한 대응논리였던 셈입니다.//
세 번째로 속도 개념을 사용하면 쉽게 해결되기 때문에 역설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바퀴 역설에 속도 개념을 끌고 오면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에 포기하였습니다.
움직이는 바퀴에 대해서 대학 일반물리 교재에 나오는 그림입니다. 싸이클로이드 곡선의 모양이 속도벡터에 정확히 대응하는군요. 하지만 접점의 운동을 보겠습니다. 맨 위를 볼까요. 맨 위의 접점에서 싸이클로이드의 속력은 2v입니다. 그렇다면 접점을 따라가면서 움직인다면 속도는 2v인가요? v인가요? 2v라면 원이 한 바퀴 도는 동안 두 바퀴의 거리를 가야 합니다. 헷갈리는 부분이 있으시죠? 그렇다면 일대일 대응과 상대속도라는 두 커다란 개념 사이의 좁지만 길게 나 있는 틈새에 깊이 빠져 버리셨네요. 속도 개념을 섣불리 쓰지 않은 이유입니다.
결론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싸이클로이드 등의 바퀴 곡선을 이용한 반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속도 개념을 섣불리 끌고 오는 것은 논리적으로 위험하다, 바퀴 역설은 지난 영상에서 소개한 반론으로도 충분히 논리적으로는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퀴 역설에서는,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풀리지 않는 내용이 있고 따라서 생각할 꺼리가 남아 있다 입니다.
두 선분의 길이가 같다, 일치한다라는 것도 결국은 따지고 보면 일대일 대응을 사용합니다. 완전히 포개짐 자체가 일대일 대응을 만들 수 있음을 뜻하니까요. 하지만 원의 운동에서는 일대일 대응이 정확히 성립함에도 길이는 같지 않습니다.
완전히 포개짐 (= 일대일 대응) = 길이 같다.
일대일 대응 + 원의 운동 = 길이 같다???
그렇기 때문에 바퀴 역설은 길이 개념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이 제 생각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길이 개념에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거나 너무 당연하여 모르는 채로 가정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그 부분을 찾아보자라는 질문이 바퀴 역설의 내용이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저희 방송은 사실 중고등학생을 주 대상으로 하고자 하는 방송입니다. 특히 이 수요일 꼭지는 입시수학에 너무 치우친 현재의 교육 현실에서 수학의 순수함을 느껴보고 싶어하는 특별한 중고등학생들을 위해 만든 꼭지입니다. 수학의 역사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소재를 대상으로 한 가지, 또 한 가지 생각할 꺼리를 소개하고 학생 시절 제가 느꼈던 것처럼 수학 자체에 심취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고 있습니다. 기대와 응원 부탁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