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논의 역설(4)-이분법의 역설
이번 영상에서도 제논의 역설에 대한 소개를 이어가겠습니다. 앞에 소개하였던 역설들이 여러분들에게 수학에 대한 생각의 좋은 소재가 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오늘 소개할 제논의 세 번째의 역설은 이분법의 역설입니다. 길이를 계속해서 이등분해 나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한 마디로
날아가는 화살은 과녁에 도달할 수 없다.
입니다.
어떤 물체가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그 중간 지점인 C를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C에서 B로 가려면 그 중간 지점인 D를 통과해야 하며, 또한 D에서 B로 가려면 그 중간 지점인 E를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무한히 계속된다. 유한한 시간에 무한한 과정이 일어날 수 없으므로 화살은 과녁에 도달할 수 없다.
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되고도 있습니다.
어떤 물체가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그 중간 지점인 C를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A에서 C로 가려면 그 중간 지점인 X를 통과해야 하며, 또한 A에서 X로 가려면 그 중간 지점인 Y를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무한히 계속된다. 유한한 시간에 무한한 과정이 일어날 수 없으므로 화살은 출발할 수 없다.
운동 자체가 시작될 수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이분법의 역설, 운동 자체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는 젤러 교수의 지적을 방패 삼아 슬쩍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의 영상에서 제논은 유한이 무한 속에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오늘은 유한과 무한의 공존에 대해서 한 가지 신기한 예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코흐의 눈송이입니다.
1904년 스웨덴의 수학자 헬리에 폰 코흐의 논문 Sur une courbe continue sans tangente, obtenue par une construction géométrique élémentaire에 처음 등장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른바 영국 해안선의 길이는 무한하다라는 명제와도 관련이 깊은 도형인데요, 넓이는 유한하지만 경계인 둘레는 무한합니다. 무한한 길이의 경계 안에 유한한 넓이를 갖는 도형입니다.
먼저 정삼각형과 이 도형을 둘러싼 원이 있습니다.
각 변을 3등분하여 가운데를 버리고 작은 정삼각형을 추가하여 그립니다. 원 밖으로 나가지 않는 도형이 그려집니다. 사실 정육각형을 그려보면 그 안에 그려집니다.
이제 각각의 변을 다시 3등분하여 작은 정삼각형을 추가하여 그립니다. 조그만 정육각형을 그려보면 처음에 그렸던 정육각형을 벗어나지 않는 도형이 그려짐을 확인할 수 있네요.
이제 이것을 되풀이합니다. 무한히 되풀이 합니다.
이 도형이 바로 코흐의 눈송이입니다.
넓이는 유한합니다.
처음의 원을 벗어나기는 커녕 처음의 정육각형조차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정삼각형의 넓이를 S라 하였을 때, 정육각형의 넓이는 2S입니다. 2S를 넘지 못하는 거죠. 정확히 계산하면
S+S/9 3 +S(1/9)^2 3 4+S(1/9)^3 3 4 4+… = S+S/9 3 / 1-4/9
=8/5 S
인데 계산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육각형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넓이는 유한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둘레의 길이는 어떻게 되나요? 한 단계마다 변을 3등분해서 하나를 늘리는 셈이니 정확히 4/3 배만큼 됩니다. 세 단계만 되풀이해도 길이는 64/27=2.37037…, 즉 처음 길이의 두 배가 넘게 길어집니다. 길이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한없이 길어집니다.
코흐의 눈송이는 유한하지만 무한한 길이를 갖고, 무한하지만 유한한 넓이를 갖습니다.
무한과 유한의 동거는 분명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동거가 여러분한테는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는 동거인가요? 제논에게는 아주 불편한 동거입니다.
코흐의 눈송이에 대해서 제논은 뭐라고 할지 예상되시죠? 제논은 과정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무한한 과정을 포함하고 있는 눈송이 도형 자체가 완성될 수 없다고 주장하겠네요.
오늘 영상이 여러분에게 유한과 무한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다음 영상에서는 제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화살의 역설에 대해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