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오일쇼크 이후 미국산 셰일 오일은 한동안 국제유가를 잡는 조정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었다. 전통적 방식의 석유 채굴에 비해 생산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셰일 오일 생산업체들은 평소엔 생산활동을 뜸하게 했다. 저유가 시기엔 생산을 해봤자 남는 것이 없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셰일 오일은 셰일이란 이름을 가진 지하 퇴적암의 좁은 틈에 스며들어 있는 석유를 말한다. 일반적인 원유와 달리 한 곳에 모여 있지 않고 지하 깊은 곳의 바위 사이사이에 갇혀 있는 형태이다. 이를 채굴하기 위해 업자들은 모래가 섞인 물을 강하게 분사해 암반을 부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 같은 독특한 채굴 방식 탓에 셰일 오일 생산에는 특수한 장비와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생산비용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오늘날에는 비용 못지않게 환경 보존이라는 무거운 의무가 셰일 오일 업체들에게 주어져 있다. 게다가 미국에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생산업체들의 환경보존에 대한 부담은 보다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셰일 오일 채굴이 다시 활발해진 것은 기술 혁신 덕분이다. 채굴 기술 혁신은 전보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셰일 오일을 생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당연히 환경파괴 시비에서도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미국 업체인 다이아몬드백 에너지는 최근 3년 사이 유정에서 셰일 오일을 채굴해내는데 걸리는 시간을 40%가량 단축했다. 이에 따라 미국산 셰일 오일 생산량은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월등히 많아지게 됐다.
셰일 오일 생산 증대는 국제유가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셰일 오일 증산이 국제유가 하락세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는 분석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곳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었다.
요즘 국제유가는 대체로 배럴당 7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의 유가 동향과 관련, 미국 주도의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이 공급을 지속하고 있는 점을 언급했다. 골드만삭스는 또 미국이 내년에도 셰일 오일 생산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4분기중 하루 생산량이 1140만 배럴, 내년중 원유 공급량의 총증가분은 9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내년중 총증가분 전망치는 기존보다 40만 배럴 많아졌다. 이를 토대로 골드만삭스가 예상한 2024년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0~90달러였다. 보도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내년 6월 배럴당 85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엔 평균 81달러, 그 이듬해엔 평균 8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중국경제의 회복세, 미국의 전략 비축유 재보충 등이 유가 하락 가능성을 일정 정도 제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