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자체보다는 과정에 의해서 정답이 결정된다라고 했었죠? 문제 자체보다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의해서 정답이 결정될 수 있다는 주장, 선뜻 받아들이실 수 있나요?
오늘의 주제는 바로 베르트랑의 역설입니다. 조제프 베르트랑이 1889년 확률론이라는 책에서 제시한 문제입니다.
원과 내접하는 정삼각형이 있다. 여기에서 원의 현을 임의로 선택한다. 선택한 현의 길이가 삼각형의 한 변보다 길 확률은 얼마인가?
제가 설명하는 논리에 어떤 헛점이 있는지 집중하면서 들어보세요.
첫 번째의 방법입니다.
원의 한 점을 임의로 고정합니다. 현을 선택한다는 행위는 다른 한 끝점을 정한다는 뜻이 됩니다. 원 위의 한 점을 임의로 선택하여 고정점과 연결하면 됩니다. 그림에서 정삼각형의 한 변보다 길게 될 확률은 1/3이 나오네요.
맞나요?
두 번째의 방법입니다.
현을 선택한다는 행위는 현의 중점을 정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원 안에서 임의로 한 점을 잡으면 그것을 중점으로 해서 정확하게 하나의 현을 그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점은 내접원의 안쪽에서 잡아야만 현의 길이가 정삼각형의 한 변보다 길게 되는군요. 확률은 1/4입니다.
맞나요?
세 번째의 방법입니다.
임의의 반지름을 하나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반지름 위의 점을 임의로 잡습니다. 그러면 그 점을 중점으로 하여 현을 정확히 하나씩 그릴 수 있습니다. 선택한 반지름 위의 점 중 이 부분의 점들이 가능합니다. 이번에는 1/2이 나오는군요.
이것도 맞나요?
그럼 도대체 정답이 무엇일까요?
1/3, 1/4, 1/2??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정할 수 있는 정답은 없습니다.
왜 이런 일이 나타날까요?
세 번째의 방법을 기준으로 하여 각각의 방법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방법과의 비교입니다. 각각의 현에 수선을 내린다고 하면 그 중점들은 다음과 같은 원을 그립니다. 따라서 중심과의 거리가 반지름의 절반이 되는 점은 이곳과 이곳입니다. 중심과 수선의 발 사이의 거리가 반지름의 절반 이하가 되는 부분은 이만큼 밖에 되지 않는군요.
한편 두 번째의 방법과 비교해 봅니다. 임의의 반지름에서 거리가 같은 점들을 표시해 보겠습니다. 세 번째의 방법으로는 반지름의 위치에 상관없이 이 점과 이 점을 선택할 가능성이 동등한데 두 번째의 방법에서 보자면 서로 다른 두 원이 됩니다. 반지름의 길이가 다르니 마치 아리스토텔레스의 바퀴 역설과 같은 상황이 되었네요. 두 번째 방법의 입장에서는 두 원의 둘레는 서로 길이가 다르다고 하고 세 번째 방법의 입장에서는 그 길이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상관없다, 즉 같다라고 하는 셈입니다.
어때요? 문제 자체가 아니라 그 해결 과정에 따라서 정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 역설을 넘어 사실이죠!
증명하지만 믿을 수 없다(20)-베르트랑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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