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하지만 믿을 수 없다(23)-제논의 역설(5)

증명23-제논5

제논의 역설(5)-화살의 역설

제논의 역설 중 마지막으로 소개할 역설은 화살의 역설, 날아가는 화살은 정지해 있다. 입니다.
날아가는 화살을 보라. 화살이 날아가고 있다고 가정할 때 어느 한 순간을 생각하면 화살은 어느 점을 지나고 있다. 바로 그 한 순간에 화살은 그 지점에 존재한다. 그 다음 순간에도 화살은 또 어느 점에 존재한다. 화살은 모든 순간마다 어떤 지점에 정확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이 순간에 이 지점, 저 순간에 저 지점에 존재한다고 하면 이 순간과 저 순간 사이에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의 이동이 존재하는 순간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순간을 생각한다 해도 화살은 분명 어느 지점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순간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움직임은 존재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만화영화 좋아하시죠? 제작자들은 여러 장의 비슷한 정지 사진을 찍고 연속적으로 보여주면서 마치 실제로 움직이는 듯한 화면을 만들어냅니다. 과연 이 세상은 만화영화인가요? 아니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실사영화인가요? 제논은 질문합니다. 만화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라고…

이 질문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수학과 과학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위대한 물리학자에게 도움을 청해보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처음으로 시공간이라는 표현을 쓴 과학자입니다. 누구도 그렇게 과감하지는 못했습니다. 빛의 속력은 누가 재건 똑같다라는 광속불변의 원리의 직접적인 결론은 동시성은 상대적이라는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의 충격적 전환입니다.
먼저 물리학적인 배경지식을 설명하겠습니다.
간단한 그림을 이용하여 표현해 보겠습니다. 가영이에게는 가1과 나1과 다1 등의 사건들이 동시입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보면 가2, 나2, 다2 등의 사건들이 동시입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상황을 계속 표현해 보았습니다. 나영이는 가영이에 대해서 오른쪽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영이에게서의 동시는 이렇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서로의 동시는 같지 않습니다. 놀랍지만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다영이는 가영이에 대해서 왼쪽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영이의 동시선은 이렇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자, 물리적인 내용이라서 이 정도만 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다음 내용은 컬럼비아대학교의 물리학과 및 수학과 교수이자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이론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이 지은 우주의 구조(The Fabric of the Cosmos)에서 소개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자신의 집 거실에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한편 지구에서 백억 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에 미키라는 외계인이 살고 있습니다. 미키가 자신의 집 거실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 미키와 여러분의 동시는 일치합니다. 그린 교수의 표현으로 하면 여러분과 미키의 시간-단면이 일치합니다. 그런데 미키가 자리에서 일어나 지구 반대쪽으로 걸어갑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미키의 지금-단면에는 여러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미키가 방향을 반대로 하여 지구쪽으로 걸어옵니다. 역시 여러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미 죽었으니까요.
여러분은 분명히 멀어져 가거나 가까워지는 미키를 동시적으로 보는데, 그 미키에게 있어서 여러분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움직이는 미키는 여러분에게 현재이지만, 미키의 현재에는 여러분이 없습니다.
너무 신기하죠? 하지만 핵심적인 주장은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지금-단면에 들어 있는 만물들이 현재를 이룬다라는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시죠. 그렇다면 다른 장소에서 임의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관측자의 지금-단면도 여러분의 지금-단면들, 즉 여러분의 현재와 똑같이 현실적이리라는 주장을 인정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현재를 이루고 있는 미키에게 있어서 여러분의 지금 모습, 태어나기 전의 지구의 모습, 죽은 후의 지구의 모습 이 모두가 그의 현재를 이룰 수 있습니다. 어저께의 여러분, 지금 이 순간의 여러분, 내일의 여러분이 똑같이 현실적입니다. 여러분의 현재와 미키의 현재, 다른 수 많은 관측자들의 현재를 연결하다 보면 결국 시공간의 모든 점들이 여러분의 현재, 확장된 현재가 되어야 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여러분이 어저께 먹었던 빵은 언제나! 영원히! 그곳에 있다.
아인슈타인은 바로 자신이 만든 상대성이론의 결과로부터 심각한 고민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바로 ‘지금’이라는 시제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고민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이 과거나 미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심증은 있지만, 물리학으로는 그 차이를 집어낼 수가 없다고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는 인간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끈질긴 환영이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화살의 역설에 대한 결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여러분이 시공간이라는 표현을 인정하는 순간 운동을 부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 순간 한 순간 자체가 현재로써 실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린 교수의 표현을 빌려보겠습니다.
“(그러나) ‘한 순간’이라는 시간 속에서 ‘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떻게 하나의 시간단면에서 변화를 논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시간의 속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이라기보다 모든 순간들이 한꺼번에 꽁꽁 얼어붙어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에 가깝다. “
아 이게 무슨 소리죠. 꽁꽁 얼어붙어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라뇨? 운동을 부정하는 바로 그 제논의 주장 아닌가요? 고대의 역설이 도대체 왜 최신의 물리이론 속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거죠?

도대체 제논의 이 역설은 과연 해결된 걸까요? 위대한 물리학자도 운동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운동이란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요? 혹시 무한히 분할 가능한 것과 무한히 가분된 것 사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주 큰 논리적인 간격, 메꿀 수 없는 개념적인 틈새가 있는 건 아닐까요?

이제 오늘의 주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저는 화살의 역설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고 쉽게 해결되지 못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화살의 역설은 낡고 오래된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면 낡은 문제에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이성의 최전선에 있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의 두뇌들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주변에 똑똑한 분들 있으시죠? 자신보다 한 2배는 똑똑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한 100배, 1000배는 똑똑한 사람들을 상상해 보세요.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 수학자, 물리학자들이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으며 여러분들이 그 고민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논리와 역설의 세계는 정말 쉽지 않은데요, 오늘 영상이 여러분에게 좋은 생각의 소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영상에서는 다시 수학으로 돌아와서 실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 연속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논의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시간이 연속적으로 흐른다는 환상,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인데요, 시간의 흐름을 나타낼 때, 무언가 연속적인 것을 나타낼 때 우리는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직선을 사용합니다. 이 연속적인 직선을 나타내는 수 체계가 바로 실수의 집합이구요. 그런데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정말로 실수의 집합은 연속적일까요? 다음 영상에서는 완벽히 분리되어 있는 실수의 집합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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