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상에서는 평행선 공리를 증명하고자 하는 시도들을 중심에 두고 소개하겠습니다. 평행선 공리를 증명하고자 하는 시도는 프로클로스 이후, 사실 유클리드의 원론 출판 이후 2천여 년 가까이 별다른 진전은 없었습니다. 유클리드의 평행선 공리는 미학적으로는 불만족스러웠지만 논리적으로는 강력하였습니다.
의미 있는 진전은 1733년 이탈리아의 예수회 신부이자 수학자인 사케리(1667~1733)의 연구가 출판되어서야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케리는 죽기 몇 달 전에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출판된 작은 책 “모든 오류로부터 해방된 유클리드”에서 그 동안의 연구 결과들을 보여주려 했는데요, 물론 유클리드의 평행선 공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특히 사케리의 연구는 이등변 양직각 사각형, 즉 AD=BC이고 점 A와 점 B에서의 각이 모두 직각인 사각형 ABCD에 대한 탐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사케리의 사각형이라고도 한답니다.
사케리의 사각형에 대한 다음의 두 가지의 사실들은 쉽게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등변 양직각 사각형에서 점 C와 점 D에서의 각도를 천정각이라 하겠습니다.
두 천정각의 크기는 같다.
윗변과 아랫변의 중점끼리 연결하면 각각 직각을 이룬다.
사케리는 두 천정각의 크기는 같지만 그 각들이 과연 직각인지에 대해서는 증명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하나의 일관성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어떤 하나의 이등변 양직각 사각형에 대해서 두 각이 모두 예각이면 다른 모든 이등변 양직각 사각형에 대해서 두 각이 모두 예각이어야 하며, 직각이면 직각, 둔각이면 둔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였습니다. 둔각과 예각, 예각과 둔각이 혼재되어 있는 기하학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로부터 삼각형 내각의 합에 대해서도 같은 사실을 찾아냈구요, 즉 천정각이 예각이면 삼각형의 내각의 총합은 180도보다 작으며, 직각이면 180도, 둔각이면 180도보다 크다는 각각의 기하 세계의 성질입니다.
아, 그런데 많은 기하학자들이 그와 같은 재미있는 결과들을 위해서 평행선 공리를 연구했던 것은 아니었으니 관심을 너무 그 쪽으로 돌리지는 마시구요. 그들은 유클리드의 세계 이외에는 모순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구를 진행시켜 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하학자들은 평행선 공리와 동등한 명제들을 차례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가중 유명한 것이 단연 스코틀랜드의 수학자 플레이페어(1748~1819)가 만든 명제이다. “주어진 선 위에 있지 않은 주어진 점을 통과하면서 그 주어진 선에 평행한 단 하나의 선을 그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월리스, 카르노, 라플라스 등이 밝혀낸 명제는 “합동은 아니지만 닮은꼴인 한 쌍의 삼각형이 존재한다”는 것이었고,
르장드르, 볼랴이 등이 찾아낸 명제는 “같은 직선 위에 있지 않은 임의의 세 점을 통과하는 원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한 명의 위대한 수학자 가우스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임의로 큰 넓이를 가지는 삼각형을 작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모순은 얻어지지 않았습니다. 둔각의 전제와 예각의 전제를 제거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새로운 세계의 재미있는(?) 성질들이 연구의 업적으로 쌓여 가기만 하였습니다.
사실 사케리는 이미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성질들을 많은 부분 찾아낸 상황이었습니다. 후대의 우리 입장에서 보면 조금만 생각을 달리 했으면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선구자가 다른 수학자가 아닌 바로 사케리가 되었으리라고도 상상할 수 있겠지만, 생각을 달리하는 그런 전환은 쉽지 않았습니다. 사케리에게 있어서도 핵심적인 관점은 어떻게 하면 모순을 찾을 수 있을까 였습니다. 다른 많은 수학자들의 관심도 그러했으니 어찌보면 시대의 한계라고나 할까요?
저희 영상에서 증명이 빠질 수는 없으니 사케리의 증명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그럼 1700년대 초의 이탈리아로 찾아가서 사케리의 논리를 경청해 볼까요? 사케리는 밀라노 남쪽의 작은 도시 파비아에 있는 예수회 대학교에서 1697년부터 철학과 신학을 가르치면서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증명하려고 하는 명제는 삼각형이 주어졌을 때, 그 세 내각의 합의 절반을 한 천정각으로 하는 이등변 양직각 사각형이 존재한다라는 명제입니다.
자 이 그림을 봐 주실까요. 먼저 주어진 삼각형에서 두 변의 중점을 연결한 직선을 긋습니다. 그 다음 이 직선에 밑변의 양 꼭지점에서 수선의 발을 내립니다. 그러면 우리는 하나의 (뒤집혀진) 이등변 양직각 사각형을 얻을 수 있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은 이렇게 얻어진 이등변 양직각 사각형의 (수선의 발이 아닌) 두 꼭지각의 합이 삼각형의 내각의 합과 같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그런지 확인해 볼까요?
꼭지점 A에서 두 변의 중점을 연결한 직선에 수선의 발 H를 내립니다. 그 다음 양변의 중점 D, E에서 수선의 발 H에 이르는 거리가 같은 점 F, G를 각각 잡아 꼭지점 B, C와 연결합니다. 그러면 삼각형 ADH와 삼각형 BDF, 삼각형 AEH와 삼각형 CEG에 대한 합동조건으로부터 사각형 FGCB가 (꼭지각 F와 G가 직각인) 이등변 양직각 사각형이며 이 사각형의 꼭지각 C와 B의 합이 삼각형의 내각의 총합과 같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천정각은 서로 같아야 하니 각각 삼각형 내각의 합의 절반이 되네요.
어때요? 간단히 결과를 얻을 수 있었네요.
앞서 기하학의 세계는 일관된다고 하였었죠?
이로부터 우리는 이등변 양직각 사각형의 예각의 전제, 직각의 전제, 둔각의 전제 등이 각각 삼각형 내각의 합(의 절반)에 대한 예각의 전제, 직각의 전제, 둔각의 전제 등과 정확히 일치함을 알게 됩니다. 즉 어떤 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의 절반이 예각이라면 다른 모든 삼각형도 그러하고, 직각이라면 직각이고, 둔각이라면 둔각입니다.
그래서 기하학이 보는 세계는 세 종류로 나눠진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중 직각인 경우가 우리에게 익숙한 유클리드 기하학의 세계이고, 나머지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세계입니다.
그럼 다음 영상에서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세계를 차례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