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원기하학
평행선 공리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유클리드의 제 5공리, 평행선 공리가 논리적으로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수학자들이 많았습니다. 정확히는 평행선 공리가 아니라 평행선 공리에 대한 언어적 표현이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평행선 공리를 증명하기를 원했습니다.
맨 처음 제거된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점에서 직선에 수선을 긋고 다시 그 수선에 수직한 선을 그었을 때 만난다고 가정합니다. 그렇다면 대칭에 의해서 반대쪽에서도 만나야 합니다. 그렇다면 두 직선이 서로 다른 두 점에서 만나야 하므로 명백한 모순입니다.
이 모순은 꽤나 명백해 보여서 이 상황은 제거하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이제 문제는 비스듬한 직선이 됩니다. 결국 수직이 아닌 비스듬한 직선을 그었을 때 두 직선이 만난다는 논증을 만들 수 있다면 평행선 공리는 증명이 된다라는 생각이 가능하며 이런 방식의 논리 전개를 이미 그리스 시대의 수학자들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섣부른 증명들은 모두 엉터리였으며 엄밀한 증명들은 모순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1829년 러시아의 로바촆스키, 1831년 헝가리의 보여이는 내부적으로 무모순한 새로운 기하학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평행선 공리를 논증하고자 했던 수학자들의 입장은 어찌 보면 반드시 옳다는 믿음과 평행선 공리의 부정은 있을 수 없다는 강박 사이에서 논증을 찾아가는 자세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선과 악의 대결이었습니다. 절대적으로 올바른, 올바를 수밖에 없는 세계가 단 하나 유일하게 존재하며 다른 기하학 세계를 상상한다면 그 세계는 결국은 모순에 부딪쳐 내재적으로 붕괴할 수 밖에 없는 불합리를 가지리라는 강박이 수학자들의 마음속 저 밑바닥에 깊이 깔려 있었습니다. 논리학과 믿음 사이의 선택이 있다면 수학자들은 이미 믿음을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세계에 대한 믿음은 구시대 수학자들의 충격과 함께 고통스럽게 깨져 갔고, 이제 새롭게 등장한 신세대 수학자들의 관심은 내부적으로 무모순한 기하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떻게 상상해 낼 수 있을 것인가로 서서히 바뀌었습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등장한 지 약 한 세대가 지난 후에는 좀 더 대범한 생각들이 제시되었읍니다. 가우스의 제자 리만은 1854년 공간에 대한 매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으며 일반적인 공간에 대한 이론을 발표하였습니다. 여기에는 평행선이 존재치 않는 기하 세계에 대한 생각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리만은 곡률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다섯 번째 공리가 성립하는 공간은 곡률이 0인 공간, 유클리드 기하의 체계이고
평행선 공리 없이, 곡률이 -1이면 평행선이 무수히 많은 공간, 쌍곡기하학의 체계가 된다는 것을 이론으로 발표했습니다.
나아가서 만약 곡률이 1이면 구면처럼 평행선이 없는 공간, 구면기하 또는 타원기하의 체계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타원기하의 체계에서는 모든 두 직선은 정확히 한 점에서 만납니다.
직선이 무한하지도 않습니다. 직선이 하나의 원처럼 그려집니다. 그 길이가 무한하지 않은데 단지 선분과 같은 경계, 그 끝이 있지는 않다라는 점에서 위안을 찾을 수는 있군요. 포기해야 할 성질은 그 것 뿐만이 아닙니다. 어떤 한 점이 두 점 사이에 있다라는 공리적인 성질도 포기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전혀 불가능했던 생각이었습니다. 제정신을 가진 수학자라면 절대 주장할 수 없었습니다.
곡률이 양의 상수 1인 공간에 대한 주장은 리만의 대범함이 묻어 있습니다. 이미 고대의 수학자들이 서로 다른 두 직선이 서로 다른 두 점에서 만나게 된다라는 사실 때문에 진작에 내다버린 논증을 되살려 놓았으니까요. 잠깐 이야기한 적 있었던 것처럼 두 점이 사실은 일치하는 하나의 점이라는 방식으로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갑자기 왜 이런 생각들이 가능해졌을까요? 공간에 대한 생각이 절대적인 관점에서 상대적인 관념으로 바뀌어서 공간 자체의 논리적 안정성이 핵심적인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리만의 대범함의 원인은 그의 성격 때문은 아닙니다. 기하학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기하 세계는 존재할 수 있는 많은 세계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라는 생각이 이미 수학자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아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절대적인 기하 세계는 있을 수 없으며, 단지 무모순하고 일관된 질서를 가지고 있느냐 라는 관점이 각각의 기하세계를 판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질문에 위대한 수학자 리만이 답을 했습니다.
오늘 영상에서는 타원기하 세계에서의 이샹한 현상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아, 처음에는 리만기하라고 불렸던 타원기하 세계는 사실 타원하고는 별반 상관이 없습니다. 리만기하는 이제는 곡률이 있는 굽어진 공간을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용어가 되었구요.
반직선이 있습니다. 한 방향으로 이어갑니다. 계속 연장합니다. 어? 처음 위치에 다시 돌아왔네요. 직선은 유한합니다.
아, 그러면 모든 직선들은 이 세계를 이등분할까요? 파란색 영역과 녹색 영역으로?
또 다른 반직선을 그어보겠습니다. 계속 연장해 보면 똑같이 처음 위치에 되돌아오게 됩니다. 어? 그런데 교차하는 방향이 다르네요. 하지만 이것이 처음 출발한 상황과 똑같은 상황이랍니다.
즉 파란색 영역과 녹색 영역은 사실 같은 영역이며, 직선은 이 세계를 두 영역으로 구분하지 못합니다.
이 세계에는 과연 오른쪽과 왼쪽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유클리드세계에서와 같은 구분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중간에 교차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차는 출발점에서가 유일합니다. 두 직선이 교차한다기보다는 그냥 이렇게 만납니다.
직선의 길이도 유한하지만 이 세계의 넓이도 유한합니다.
한 점에서 두 직선을 그려봅니다. 그들 사이의 각도를 알파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그 두 직선에 의해서 둘러싸인 영역의 넓이는 무한할 수 없습니다. 유한한 길이로 둘러싸인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 셰계의 거리 공식을 써서 계산하면 알파를 이루는 두 직선 사이의 넓이는 정확히 2알파가 됩니다. 한 점을 빙 둘러서 각도를 재면 360이지만 이 세계에는 오른쪽 왼쪽이 없으니 180도=파이로부터 전체 세계의 넓이는 2파이로 유한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세계에서 삼각형의 넓이를 구해보겠습니다. 세 꼭지각이 알파, 베타, 감마입니다.
보통 타원기하 세계의 모형은 구를 이용합니다. 구의 표면인 이차원 영역입니다. 이 세계에서의 직선은 대원입니다. 구의 중심을 지나는 평면으로 구를 자릅니다. 그러면 원이 생기는데 이 것이 이 세계에서의 직선입니다. 두 직선을 그려볼까요? 아 두 점에서 만나는군요. 서로 구의 정반대 편에 있는 점들입니다. 그런데 두 직선은 한 점에서만 만나야 하죠?
그래서 한 가지의 논리적 작업이 더 필요합니다. 정반대편에 있는 두 대척점들을 한 점으로 동일시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구의 표면인 이차원 영역은 사실 타원기하 세계의 이중의 모습인 거죠!! 한 점이 이중으로 그려져 있는 모습입니다. 모든 점들에 대해서 그 점과 그 점의 도플갱어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이것을 염두에 두면서 삼각형의 넓이를 구해보겠습니다.
삼각형의 넓이는 알파 더하기 베타 더하기 감마 빼기 파이, 즉 180도의 초과분이 삼각형의 넓이네요.
다음 영상에서는 타원기하 세계의 모형을 한 가지 만들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