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3세기 무렵에 활동했던 그리스 수학자 디오판투스의 저서 산술이 어떤 나비 효과를 불러 일으켰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디오판투스가 다루었던 문제들은 현대의 수학에서는 정수론이라고 하는 분야에서 다루어집니다. 그래서 저번 영상에서는 디오판투스를 정수론의 개척자라고 표현하였었습니다.
디오판투스의 연구 가운데에는 두 세제곱수의 차를 두 세제곱수의 합으로 나타내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있었습니다. 포리즘 (Porismata)이라는 그의 저작은 이런 형태의 문제들에 대한 연구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책 포리즘은 완전히 소실되어 일부조차 전해지지 않습니다. Arithmetica의 내용 가운데 포리즘이라는 책을 언급하고 있는 내용을 통해 추측하자면
6^3-5^3=3^3+4^3
과 같은 등식을 연구하였습니다. 오일러는 여기에 영감을 받아 하나의 거듭제곱수를 여러 개의 거듭제곱수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몇 개의 등식을 소개하겠습니다.
3^3+4^3+5^3=6^3
30^4+120^4+272^4+315^4=353^4
19^5+43^5+46^5+47^5+67^5=72^5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입니다
제2권의 8번 문제, 지난번 영상에서 소개하였던 디오판투스의 바로 그 문제입니다.
완전제곱수 16을 유리수인 두 제곱수의 합으로 표현하자는 문제였죠?! 페르마라는 17세기의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위대한 아마추어라고 불리는 수학자가 여기에 다음과 같은 주석을 붙였습니다.
임의의 세제곱수는 다른 두 세제곱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없고, 임의의 네제곱수 역시 다른 두 네제곱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없으며, 일반적으로 3 이상의 지수를 가진 정수는 이와 동일한 지수를 가진 다른 두 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없다. 나는 이것을 경이로운 방법으로 증명하였으나, 책의 여백이 충분하지 않아 옮기지는 않는다.Cubum autem in duos cubos, aut quadratoquadratum in duos quadratoquadratos, et generaliter nullam in infinitum ultra quadratum potestatem in duos eiusdem nominis fas est dividere cuius rei demonstrationem mirabilem sane detexi. Hanc marginis exiguitas non caperet.
수학의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큰 문장을 몇 개 꼽아 볼까요? 첫번째로는 예전 영상들에서 소개한 유클리드의 평행선 공리가 있습니다. 그에 못지 않은 문장이 바로 이 문장입니다. 정수론의 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페르마가 실제로 증명했다고 믿는 수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진실을 밝히자면 이렇습니다.
정수론이라는 현대 수학의 분야에서 다루어지는 많은 중요한 명제들은 페르마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래서 페르마는 정수론의 아버지라고 불리워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데 정확한 증명을 제시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페르마 이름이 붙은 중요한 정리 가운데 페르마의 소정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수 p에 대해서 임의의 정수 a를 p제곱한 수와 a와의 차이는 반드시 p로 나누어집니다. 이것을 수학에서는 이렇게 씁니다.
a^p==a(mod p)
예를 들어 소수 7을 생각합니다.
1^7-1=7\times0
2^7-2=126=7\times18
3^7-3=2184=7\times312
4^7-4=16380=7\times2340
5^7-5=78120=7\times11160
6^7-6=279930=7\times39990
7^7-7=7\times117648
…
이렇게 임의의 정수 a를 p제곱한 수와 a와의 차이는 항상 소수 p로 나누어집니다. 아쉽게도
페르마의 증명은 전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증명해낸 수학자는 바로 다음 세대인 라이프니쯔였습니다. 페르마의 연구는 동시대의 다른 수학자들과 서신을 통해 교류하면서 알려지고 있었지만
나는 증명에 성공했는데 너는 할 수 있겠니?
와 같은 그의 태도는 후대의 대수학자 가우스조차 페르마가 언급한 여러 명제들에 대해서 과연 증명에 성공했을지…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들었습니다.
페르마의 대정리, 또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페르마의 추측이라는 표현이 적당하고 마지막 추측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합니다. 페르마가 주장한 명제 중 가장 늦게까지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혹시 이런 등식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미국의 국민 티비만화 심슨가족의 한 장면을 보시겠습니다. 일부러 그랬는지는 몰라도 대서양의 동쪽 편인 영국에서 드디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증명되었다고 환호가 터져 나온 직후인 1995년 10월 대서양의 반대편에서는 심슨 가족의 7번째 기획물 중 한 편에 다음과 같은 등식이 크게 보이고 있습니다.
1782^12+1841^12=1922^12
과연 가능한가요??
이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기 위해서 경우를 나누겠습니다. 2보다 큰 모든 자연수 n에 대해서 한꺼번에 증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2보다 큰 자연수 n이 4의 배수인 경우와 홀수인 소인수를 갖고 있는 경우로 말입니다.
예를 들어 A^12+B^12=C^12이라는 상황이 성립하는지 혹은 자연수 범위에서 성립할 수 없는지를 생각해 보죠.
()^2+()^2=()^2
으로 생각하면 피타고라스 해 중에서 혹시 만족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4+()^4=()^4
또는
()^3+()^3=()^3
인 경우로 바꾸어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자연수해가 불가능하다는 증명은 n=4인 경우와 n=홀수인 소수인 나누어서 진행한다면 A^12+B^12=C^12의 자연수해도 있을 수 없으리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n=4인 경우는 놀랍게도 페르마의 증명이 전합니다.
페르마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며 증명하였습니다.
페르마는 정수인 길이를 갖는 직각삼각형의 넓이가 완전제곱수이면 그 차이가 완전제곱수인 두 네제곱수가 존재한다.
그래서 페르마는 직각삼각형의 넓이가 완전제곱수일 수 없다라는 증명합니다.
이때 무한강하법이 사용됩니다.
저희 영상에서는 증명이 빠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페르마의 방법을 쉽게 변형하여 무한강하법이란 무엇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무한강하법은 그 단초가 유클리드의 원론에서 제시됩니다.
원론 7권 명제 31 어떤 (합성)수에 대해서도 소수인 약수가 존재한다.
이 명제의 증명에서 유클리드는
합성수의 약수를 찾아 그것이 합성수이면 또 그 약수를 찾는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과정은 무한히 계속될 수 없다…
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무한강하법의 단초가 되는 입증방식입니다.
하지만 무한강하법은 페르마의 전매특허라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먼저 n=4인 경우의 페르마 방정식에 대한 해를 생각합니다.
만약 x, y, z들 사이에 공통인 약수가 있다고 하면 미리 약분해서 지워버립니다.
지난 영상에서 소개하였던 피타고라스 방정식의 일반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실 일반해에서는 부호도 있어야 하고, 공통인수가 있는 상황도 생각해야 합니다. 다 정리하고 홀가분하게 시작합니다.
각각의 제곱을 대문자로 놓습니다.
바로 여기가 무한강하의 시작점입니다.
그렇다면 앞에서 구했던 피타고라스 방정식의 일반해 공식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s, t는 홀짝이 서로 달라야 하죠?
홀짝이 같다면 B, C가 모두 짝수가 나와서 세수 A,B,C가 모두 짝수가 되고 결국 x,y,z가 모두 짝수가 나오니까요. 공통인 약수는 이미 지워버린 상태입니다.
그러면 홀수인 B에 대한 식으로부터 다시 한번 피타고라스 식이 나타납니다.
또다시 일반해 공식을 적용합니다. y는 홀수니까 홀짝이 다른 어떤 자연수 p, q들로부터 y는 p제곱 빼기 q제곱이 되어야 합니다.
식은 술술 풀려가고 무슨 모순이 등장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그런데 A를 다시 살펴봅니다. A는 완전제곱수이고 s, t는 서로소인 상황입니다. s, t가 서로 공통인 약수가 없는데 2st인 A가 완전제곱수입니다. 각각이 완전제곱수여야 합니다. 정확히는 s,t는 서로 홀짝이 다른데 t가 짝수이기 때문에, s와 2t가 각각 완전제곱수여야 합니다. s와 2t 중 어느 한 수가 완전제곱수가 아니라면 다른 수에서 완전제곱을 만들기 위한 약수를 하나 가져와야 하는데 서로소이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2t와 s가 모두 완전제곱수입니다.
그러면 p와 q가 모두 완전제곱수여야 하네요.
드디어 무한강하가 완성되었습니다. 처음과 똑같은 상황에 이르렀는데 수의 크기는 분명히 작아졌습니다. 여기에서부터 또다시 수를 작게 하는 과정이 방정식의 관점에서는 무한히 가능하지만 자연수의 관점에서는 무한히 가능하지 않습니다.
//영상에서 A,B,C와 p,q,c를 비교하는 부분이 있는데 B,q비교부분은 수정해야겠네…
심슨가족에 등장하는 식은 결국은 성립할 수가 없네요.
실제로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782^12+1841^12=2541210258614589276288669958142428526657
1922^12=2541210259314801410819278649643651567616
n=4인 경우 증명이 가능한데 다른 경우는 어떨까요?
다음 영상에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일반적인 경우를 증명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