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상에서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해 보겠습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이 고민해 보았는데요, 증명 자체를 소개하자면 너무 높은 난이도의 수학 이론들을 사용해야 해서 구독자 여러분들을 이해시킬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고
그냥 증명은 이러저러하다고 누구누구의 노력과 그들의 업적을 소개한다면 저희 증명하지만 믿을 수 없다의 취지에 맞지 않아서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증명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먼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대한 증명의 역사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페르마의 마지막 추측이었죠.
과연 자연수 범위에서는 이런, 또는 이런 정도로 깔끔한 해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증명하려 할수록 쉽지 않은 문제임이 드러나면서 증명은 더디게 진행되었습니다.
1637년 페르마가 추측을 제기했고, n=4인 경우에 대한 증명을 남겼습니다.
1753년 오일러가 n=3인 경우에 대한 증명을 찾았습니다. 그 증명에는 약간의 오류가 포함되어 있었지민 다행히 쉽게 고쳐지는 것이었습니다.
1825년 르쟝드르와 디리클레라고 하는 수학자가 n=5인 경우에 대한 증명을 각각 완성하였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지수들에 대한 증명은 쉽지 않았습니다. n=3 인 경우만 해도 무한강하법을 사용할 수 있는데 n=5인 경우에서부터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어찌어찌하여 수의 성질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에 컴퓨터를 도입하여 1954년에는 2520까지의 모든 n에 대한 증명이 이루어졌습니다.
최종적인 증명은 1994년 영국의 수학자 앤드류 와일스에 의해서 완성되었으며 1995년 수학연보 특별판에 발표되었습니다. 1993년에 처음 발표된 증명에서는 중대한 오류가 나타났고, 1년이 넘는 시도와 실패 끝에 최종적인 증명이 완성되었습니다.
새로운 관점에서의 접근은 누군가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브 헬레고아크라는 프랑스 여성 수학자가 1969년 처음으로 페르마의 추측과 일종의 3차 방정식을 연결하였습니다. 만약 a^p+b^p=c^p에 정수해가 있다면
y^2=x(x-a^p)(x+b^p)이라는 방정식을 만들어보자고 처음으로 새로운 생각을 제시하였습니다.
앤드류 와일스가 완성한 증명의 진정한 시작은 바로 이 생각이었습니다. 아쉽게도 헬레고아크는 더 이상의 별다른 진전을 보여주지 않아 이 곡선에는 다른 수학자의 이름이 붙어 프레이 곡선이라고 불립니다.
이 곡선은 조금 이상한 성질을 갖고 있다는 점이 수학자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수학자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사항들을 한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판별식입니다.
잘 알고 있는 이차방정식과 그 판별식입니다. 실근인지 허근인지, 중근인지 아닌지를 판별해 주는 식입니다.
그런데 사실 판별식은 두 근 알파, 베타에 대해서 그 차이의 제곱과 같습니다.
그렇죠?
삼차방정식에 대해서도 판별식이 있습니다. 만약 삼차방정식이 조금 간단하다면 판별식은 이렇습니다. 삼차방정식의 판별식도 세 근을 이용하여 이렇게 표현가능하답니다. 계수로 붙어 있는 -16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부호에 따라서 실근인지 허근인지를 판별할 수 있습니다. 앞에 붙여 놓은 -16때문에 허근이 존재하면 양의 값이, 모두 실근이면 음의 값이 나옵니다. 물론 중근이 있다면 0이 나오겠죠?!
이제 헬레고아크의 방정식에 이 판별식을 써보겠습니다. 앞에 와이 제곱이 있어서 조금 이상하게 보이나요? 뒷부분의 삼차식에만 주목하여 판별식을 씁니다. 근을 이미 알고 있으니 그대로 쓸 수 있죠?
아, 바로 여기에서 페르마의 정리와 연결이 되는군요. 결국 판별식은 이렇게 간단히 정리됩니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여기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해내기 시작했습니다. 판별식을 계산했을 때 그 수를 구성하는 소인수들만으로 수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 수를 컨덕터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런데 컨덕터는 크다고 해 봐야 abc입니다. 페르마 방정식에서 a, b, c 가 모두 홀수일 수는 없어서 16의 소인수인 2는 이미 abc안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지점은 판별식과 컨덕터의 차이가 아주 크다는 부분입니다. 만약 컨덕터가 abc라고 해도 그 차이는 큰 데다가 p가 클수록 판별식과 컨덕터의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집니다. 이 의심이 바로 대장정의 시작이었습니다.
오늘 영상에서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페르마의 마지막 추측에 대해서 새로운, 아주 간단한 증명을 해 보이겠습니다.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ABC 추측입니다. 이것을 이용하면 페르마의 추측이 단 몇 줄로 증명됩니다.
ABC 추측이란 무엇일까요?
지난 영상에서 초등학생의 문제에서부터 대학생의 문제까지를 소개한 적이 있죠? 더욱 간단하게 만든 이 등식이 바로 수학자의 문제이며 ABC추측이라고 불리우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등식이 있습니다.
이 등식에 나타난 소인수들을 모두 곱한 값이, 어라, c의 값인 81보다 작네요
또 다른 등식을 보겠습니다. 역시 128보다 작네요.
심지어 이렇게 그 차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런 경우들은 특수한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c보다 소인수들의 곱이 훨씬 큽니다.
ABC 추측이란 일부의 유한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무한한 경우에 소인수의 곱이 크게 된다는 추측입니다.
ABC 추측을 다르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양수 엡실론이 주어지면 상수 K를 적당히 정해서 모든 경우에 대해서 부등식이 성립하게 할 수 있다 입니다. 부등호가 반대로 성립하는 경우가 유한하기 때문에 그 중에 가장 큰 경우를 찾아 상수 K를 정하면 됩니다.
그런데 ABC 추측을 조금 더 강하게 세게 주장해보겠습니다. 엡실론이 1일 때, 케이를 1로 해도 충분하다고 말이죠.
그리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적용해 봅니다. 에이의 엔제곱에서의 소인수들은 에이의 소인수들입니다. 그래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의 소인수들은 abc에서의 소인수들뿐입니다. n이 아무리 크더라도 말이죠.
이제 간단한 부등호를 만들 수 있군요.
아! 엔은 6보다 작아야 하는군요. 그런데 엔이 3,4,5인 경우는 이미 증명이 이루어졌습니다.
간단하고도 완벽한 증명입니다.
놀랍죠?! 저의 생각이냐구요. 아쉽게도 그랜빌이라는 수학자의 주장이네요. 혹시 어릴 적의 꿈이 페르마 정리를 증명하기였던 분 계신가요? 와일스의 증명이 발표되었을 때, 그 꿈이 깨진 것 같아 실망하셨나요? 이제 ABC 추측에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