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하지만 믿을 수 없다(37)-알 지브르

저번 영상에서 수학의 중요한 분야인 정수론에서의 크나큰 증명을 하나 마무리하였습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다시 시간을 돌려서 새로운 주제를 찾아 나서보겠습니다. 디오판투스의 산술을 이야기하면서 디오판투스를 정수론의 시조라고 부른 바 있습니다.
이제 그에 이어진 수학 발전의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리스 문명의 계승자였던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되고 나서 서기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하자 빛나는 고전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고전 시대의 위대한 수학적인 지식들은 동방으로 전해져 동로마제국과 아랍 문명을 통해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여행은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로 향합니다. 서기 820년경 수학, 천문학, 지리학에서 박학다식했던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는 천문학자로 임명되었고 , 당시 아바스 칼리파국의 수도였던 바그다드에서 공적인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던 대도서관 지혜의 집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알-콰아리즈미가 이시기에 썼던 책이 바로 “완성과 균형에 의한 풀이에 관한 종합서  الكتاب المجبر والمقابلة ,
 al-Kitāb al-Mukhtaṣar fī Ḥisāb al-Jabr wal-Muqābalah
간단히 알-자브르입니다.
알-자브르에는 간단한 일차방정식과 이차 방정식 문제들과 그 풀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책에 나와 있는 문제를 하나 볼까요?
제곱과 수의 합이 미지수와 같음: 예를 들면, 제곱과 수 스물 하나의 합이 그 미지수의 열 배와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곱의 값과 스물 하나라는 수의 합이 그 정사각형의 한 변의 길의 열 배와 같을 때, 제곱의 값은 무엇인가?
Squares and Numbers are Equal to Roots; for instance, “a square
and twenty-one in numbers are equal to ten roots of the same
square.” That is to say, what must be the amount of a square,
which, when twenty-one dirhems are added to it, becomes equal
to the equivalent of ten roots of that square?

풀이는 이렇습니다.

풀이: 미지수 앞의 계수를 반으로 나눕니다. 다섯입니다. 제곱합니다. 이십오입니다. 여기에서 정사각형에 연결하였던 이십일을 뺍니다. 남는 것은 사입니다. 제곱근을 구합니다. 둘입니다. 미지수 앞의 계수였던 다섯에서 이 둘을 뺍니다. 남는 것은 셋입니다. 이것이 문제에서 구하고자 했던 답입니다. 그 제곱은 아홉입니다. 만약 빼지 않고 더한다면 그 합은 일곱입니다. 이것도 구하고자 했던 답입니다. 그 제곱은 마흔 아홉입니다….
Solution: Halve
the number of the roots; the moiety is five. Multiply this by
itself; the product is twenty-five. Subtract from this the twenty one which are connected with the square; the remainder is four.
Extract its root; it is two. Subtract this from the moiety of the
roots, which is five; the remainder is three. This is the root of the
square which you required, and the square is nine. Or you may
add the root to the moiety of the roots; the sum is seven; this
is the root of the square which you sought for, and the square
itself is forty-nine.
When you meet with an instance which refers you to this
case, try its solution by addition, and if that do not serve,3 then
subtraction certainly will. For in this case both addition and subtraction may be employed, which will not answer in any other of the three cases in which the number of roots must be halved.
And know that, in a question belonging to this case you have
halved the number of the roots and multiplied the moiety by itself, if the product be less than the number of dirhems connected
with the square, then the instance is impossible; but if the product be equal to the dirhems by themselves, then the root of the
square is equal to the moiety of the roots alone, without addition
or subtraction.
In every instance where you have two squares, or more or
less, reduce them to one entire square, as I have explained under
the first case

아, 그런데 알콰리즈미의 서술은 디오판투스에 비해서는 퇴보한 측면이 있네요. 알콰리즈미가 디오판투스의 연구에 대해서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 해도 수학적인 표현 방식으로만 보자면 그리스 수학에 비해서 한참 부족해 보입니다. 그의 표현들은 너무 언어적이며 심지어 수에 대한 표현도 숫자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풀이에 있어서도 증명이라고 할 만한 부분도 전혀 없이 그냥 이렇게 하면 된다라는 투의 이야기 방식이네요. 문제의 수준도 디오판투스가 다루었던 문제들과 비교하여도 조금 초등적입니다.

그런데 사실 눈여겨 보아야 할 중요한 내용은 이 풀이에 대한 기하학적 해설입니다.

문제의 풀이에 대한 알콰리즈미의 기하학적 해설을 보겠습니다. 현대 대수학의 기호도 살짝 쓰면서요…
Draw a square abcd whose area represents the unknown x2.
Add a rectangular extension aef b with area 21. Since x2 + 21 = 10x, it follows that side cf has length 10. Let t be the midpoint of side cf, and
construct the square tklf. Let tk meet the line de at h, and construct the
square hkmn.
It is easy to see that ah = hk and therefore ab = ne. Since the area of
rectangle aef b is 21, so is the area of thef together with the area of mlen.
But the area of rectangle tklf is 25, so square hkmn has area 4 and therefore
side 2. It follows that th has side 5 − 2, and therefore x = 3.

문제의 수준이 너무 낮았나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콰리즈미의 책이 갖는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알콰리즈미의 책은 대수 자체를 목표로 하였으며 그에 맞춰 대수적인 방법을 정확히 제시하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기하학이었던 그리스 수학 개념에서 벗어나는 혁명적인 움직임이었습니다. 그리스 수학에서는 수들이 엄밀하게 기하학적인 특성에 따라 구분되었습니다. 수는 기하를 표현하는 보조수단이었죠. 예를 들어 평면수, 입체수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엑스 제곱 +21을 할 때, 엑스 제곱이 정사각형의 넓이를 나타내면서 나오는 표현이기 때문에 21은 반드시 평면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리스 수학자들은, 마치 현대의 우리가 150cm+50kg와 같은 덧셈을 계산해야 하는 상황에서처럼, 상당히 황당해 했을 것이며 심지어 아니 뭐 이런 근본없는 수학이 있어라고 화를 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랍 세계의 알콰리즈미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가 중심이고 기하가 보조적인 수단이었습니다. 엑스 제곱 +21을 한다면 그 계산식에 맞춰 그림을 그렸습니다.

주연과 조연이 바뀌는 상황은 역사에서건 현실에서건 쉽지 않은 일이겠죠?

하지만 이 책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첫째로, 등식을 처리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알-자브르와 알-무카발라가 그것입니다.
아랍어로 “복원”을 뜻하는알-자브르 Al-Jabr  연산은 방정식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부족한 양을 옮기는 것입니다. 알-코와리즈미가 설명하였던 예를 그대로 현대의 표기법으로 바꾸어 설명하자면, ) ” 2 = 40 x  − 4 2 ” 는 알-자브르 에 의해 “5 2 = 40 x “로 변환됩니다 . 이 규칙을 반복해서 적용하면 계산에서 음수 양이 제거됩니다.
아랍어로 “균형”을 뜻하는 알-무카발라 Al-Muqābala 는 양쪽에서 같은 양의 양을 빼는 것을 의미합니다. ” 2 + 5 = 40 x + 4 2 “는 “5 = 40 x + 3 2 “로 바뀝니다. 

한 마디로 방정식을 풀 때, 이항한다라고 표현하는 수학적인 과정에 대해서 확실하게 그리고 최초로 설명하였습니다. 아니 이항처럼 쉽고도 당연한 과정에 대해서 구구절절이 설명한게 뭐가 대수냐구요? 우리가 이미 그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겐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 뿐이랍니다. 유클리드가 원론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이것을 방정식으로 옮기는 데 천 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 방법은 후대의 수학자들에게는 너무나 매혹적이었기 때문에 진정한 대수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방정식을 분류하였습니다.
다음 6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1. squares equal to roots (ax2 = bx)
  2. squares equal to number (ax2 = c)
  3. roots equal to number (ax = c)
  4. squares and roots equal to number (ax2 + bx = c)
  5. squares and number equal to roots (ax2 + c = bx)
  6. roots and number equal to squares (bx + c = ax2)

다양한 이차 방정식이 분류에 등장하는 이유는 방정식의 표현에서 뺄셈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방정식의 풀이에서도 음의 근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뺄셈과 음수인 근을 부정하는 경향은 유럽으로 전해진 이후에도 대략 18세기 정도까지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알콰리즈미에게 있어서 유리수, 무리수, 평면수, 입체수, 기하학적 크기 등의 구분은 모두 무의미했으며 이들은 모두 “대수적 대상”으로 동일하게 취급 받았습니다. 대수는 기하학보다 수학에 훨씬 더 광범위한 완전히 새로운 수단을 제공했고 새로운 발전 경로를 열어주었습니다. 기하학으로부터 독립된 새로운 수학은 이제 보다 수학적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알콰리즈미는 대수를 독립적인 학문으로 취급하고 “복원”과 “균형”, 즉 이항의 방법을 도입한 최초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명실공히 그는 대수학의 아버지 또는 창시자입니다.  대수학이라는 영어 용어 
algebra도 앞서 언급한 그의 논문의 약칭인 알-자브르에서 유래했습니다. 또 그의 이름 알콰리즈미에서 영어 용어 algorithm이 생겨났습니다.

간단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수학사적으로 깊은 의미를 갖는 책, 알 자브르, 증명의 역사에서 갖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시겠죠? 여러분들이 중학교 때 처음 배운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에 기초를 놓은 수학자 알콰리즈미, 바로 그가 제시한 방법을 이용해 근의 공식을 만들어보면서 오늘의 영상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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