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하지만 믿을 수 없다(14)-3대작도문제(1)

증명14-작도1

그리스인들은 ‘가장 완전한 도형은 직선과 원이며, 그래서 신은 이 둘을 중히 여긴다’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그리스인들은 작도의 도구를 오직 ‘직선과 원’만을 그릴 수 있는 ‘자와 컴퍼스’에 국한시켰습니다. 놀라운 성과는 바로 정오각형의 작도였습니다.
하지만 자와 컴퍼스 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있었습니다. 세 가지의 어려운 문제입니다.
첫 번째는 2배의 부피를 갖는 정육면체의 작도 문제.
두 번째는 임의로 주어진 각의 3등분 문제,
세 번째는 주어진 원의 넓이와 같은 넓이를 갖는 정사각형의 작도 문제입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정육면체의 배적 문제를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초의 실질적인 진보는 기원전 440년경 키오스의 히포크라테스가 이 문제를 각각의 길이가 s 와 2s 인 두 선분 사이에 두 개의 비례중항을 작도하는 문제로 변형한 것입니다.
1:x=x:y=y:2
x^2=y, y^2=2x x^3=2
그리고 히포크라테스가 이 변형을 만든 이후 정육면체의 배적에 대한 문제는 결국 두 선분 사이의 비례중항을 작도하는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자와 컴퍼스 만으로 작도가 쉽지 않자 다양한 해법들이 이미 그리스 수학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정육면체의 배적 문제를 포함하여 이들 어려운 작도 문제들은 기하학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그 중에는 위대한 철학자도 들어 있었습니다.
플라톤은 다음과 같은 장치를 고안하였습니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2배의 부피를 갖는 정육면체의 한 변의 길이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고정된 직각자 모양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수직으로 움직이는 변이 직각자의 팔 각각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한편 십자형의 자가 있습니다. 여기에 길이가 1:2가 되도록 십자형의 자에 표시한 후 직각자 모양의 팔에 끼워 넣습니다. 이제 수직으로 움직이는 변이 정확히 십자형의 자 위에서 만날 수 있도록 이리저리 움직여 가면서 십자형의 자의 위치를 찾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플라톤은 “수학이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유에 의해서, 즉 자와 콤퍼스만을 사용하여 문제 해결을 해야만 의의가 있다.”라고 하면서 끝내 자신의 해결 방법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의 접근은 2천년이 더 지난 뒤 유럽을 무대로 시작되//었습니다. 작도를 대수로 바꾸는 일은 좌표평면을 만들어 낸 사람, 바로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1830년 프랑스의 젊은 수학자 갈루아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결국 불가능으로 결론이 나게 됩니다.
유럽의 수학자들은 기하학적인 작도의 문제를 대수적인 방법의 문제로 바꾸었습니다. 대수적인 방법이란 수와 다항식의 성질을 이용하는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기하학이 어떻게 대수학으로 바뀌는지 보겠습니다.
자와 콤파스를 이용한 작도는 결국은 직선과 직선의 교점, 직선과 원의 교점, 원과 원의 교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입니다.
작도의 시작은 단위길이=1을 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원점에 해당하는 기준 점을 정하고 직선을 그려 단위 길이에 해당하는 점을 정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미 그려진 점들을 이용하여 직선을 그리거나 원을 그립니다. 그리고 교점을 찾습니다.
직선과 직선의 교점 찾기는 결국은 사칙연산으로 새로운 수 얻기입니다.
직선과 원의 교점 , 원과 원의 교점은 결국은 이차방정식 근의 공식으로 새로운 수 얻기입니다.
사칙연산을 작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덧셈과 뺄셈, 곱셈과 나눗셈입니다.
근의 공식에서 핵심은 제곱근입니다. 제곱근 구하기는 원의 성질을 이용하여 다음과 같이 작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작도와 수 집합의 연산 사이에 정확한 대응관계를 찾아내셨나요? 이제 작도는 하나의 연산이 됩니다. 사칙연산을 반복하면 단위수로부터 자연수, 정수를 거쳐서 유리수 집합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 Q라고 표시합니다. 여기에 새로운 연산 제곱근 연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여기에 사칙연산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제곱근 2를 추가하고 여기에 사칙연산을 수행해 볼까요? 이 집합을 Q(\sqrt2)라고 하겠습니다.
결국 작도란 사칙연산과 제곱근 연산을 하여 수집합을 넓혀 나가는 연산 활동입니다. 그리고 작도를 계속해 나감으로써 작도가능한 수 집합이라는 사슬을 이어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작도를 계속해 나가면서 굉장히 복잡한 수도 작도할 수 있습니다. 이러다가 모든 수를 다 작도할 수 있지는 않을까요?
이제 작도가 되는 수들에 대해서 꼬리표를 붙이겠습니다.
겉보기에는 모두 똑같은 수라고 하더라도 몇 단계 만에 작도 가능한지 혹시 작도 불가능한 수가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구분해 낼 지 알 수 있게 하는 꼬리표입니다. 바로 그 수를 근으로 하는 다항식의 차수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주어진 수를 근으로 가지면서 계수는 모두 정수인 다항식입니다. 유리수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유리수는 x=b/a ax-b=0 모두 1입니다.
무리수, 예를 들어 x=\sqrt2는 x^2-2=0 2입니다.
황금비 기억하시나요? \phi=1+r5/2 2\phi-1=r5 \phi^2-\phi-1=0 2입니다.
더 복잡한 것을 해볼까요?
x=\sqrt2+\sqrt3 (x-\sqrt2)^2=3
x^2-2\sqrt2x+2=3
x^2-1=2\sqrt2x
(x^2-1)^2=(2\sqrt2x)^2
x^4-10x^2+1=0
4입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유리수는 차수가 1,
제곱근 기호가 하나 붙은 수는 차수가 2,
제곱근 기호가 두 개 있거나 이중으로 붙은 수는 차수가 4,..
정확히 차수가 2의 거듭제곱으로 붙게 됩니다.
다음 그림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처음 유리수가 있습니다. 차수가 2인 수들이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차수가 4인 수들이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차수는 2의 거듭제곱이어야만 합니다. 좀 더 설명해 보겠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수 \beta가 작도 가능한 수로 들어왔다고 해보죠. 기존의 수 집합에서 사칙연산으로 가능한 수는 작도가능한 수로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수는 오직 제곱근 연산으로만 가능합니다.
//사칙연산으로 더 높은 차수의 수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서술은 사칙연산도 차수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하도록 바꾸어야 함…
따라서 \beta는 제곱근을 포함한 꼴의 수입니다.
(\beta-c)^2=d^2\timesa
\beta^2-2c\beta+c^2-d^2\timesa=0
\beta에 대한 이차방정식이 만들어졌네요. 이제 계수 -2c, c^2-d^2\timesa를 봅니다. 이들은 각각 수집합의 어느 단계에 속해 있을 것입니다.
이렇다고 해보죠. 적당히 이항한 후 제곱을 합니다. 제곱을 통해 계수가 속한 수집합의 단계를 낮출 수 있으며 낮추는 과정에서는 오로지 식을 제곱하는 방법만이 사용됩니다. 결국 정수계수 또는 유리계수에 도달하면 끝나는데 최고차항의 차수는 2의 거듭제곱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남습니다. 예를 들어 다항식 x^3-2을 생각합니다. 여기에 x^5-3을 곱합니다.
(x^3-2)(x^5-3)=x^8-2x^5-3x^3+6
8차식입니다. 이런 것이 가능하다면 우리가 붙이기로 한 꼬리표가 쓸모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 다항식은 더 이상 인수분해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꼬리표는 더 이상 인수분해되지 않는 다항식의 차수였던 것입니다.

앞의 과정에서 만들어본 다항식들이 인수분해가 불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남겨져 있습니다. 앞에서의 설명 방식으로는 식이 지저분해지면서 아무래도 깔끔함이 얻어지지가 않습니다. 그 깔끔함을 찾아낸 사람이 갈루아입니다.
갈루아의 생각은 한 마디로 앞의 방식으로 얻어진 다항식의 근들은 모두 동등하다입니다. 예를 들어 x^2-2=0의 두 근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근에 대한 계산의 결과는 다른 근에 대하여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수는 다르더라도 이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수들의 구조는 똑같다는 뜻입니다.
직관적으로는 잘 이해되시죠?
이제 정육면체의 배적 문제로 돌아가겠습니다. 결국 문제는 방정식 x^3-2=0을 푸는 것입니다. 3차식이 인수분해된다면 1차식 곱하기 2차식의 경우입니다. 일차 인수가 존재한다면 세제곱근 2는 이미 유리수라는 뜻이기에 불가능합니다.
결국 유리수 범위에서 인수분해가 되지 않는 3차식이기에 세제곱근 2는 작도불가능합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그리스인들이 문제를 처음 생각한 이후 2천년도 더 지나서 얻어진 결론이라는 점, 알고 계신거죠?

<<쇼츠>>

‘페리클레스 시대’라고
불리던 그리스의 문화의 절정기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기점으로 막이 내립니다. 처음에는 아테네가 승리하는 듯 했지만 개전 2년 만에 전염병이 돌아 아테네 인구의 4분의 1 넘게 죽어갔고 심지어 지도자 페리클레스마저 죽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아테네 시민들은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찾아가 병의 퇴치를 애원하였고, “신전의 정육면체 제단의 부피를 두 배로 하면 소원을 들어주겠다.”라는 신탁을 받았습니다. 아테네 사람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제단의 각 변의 길이를 두 배로 하여 새로운 제단을 만들었으나 전염병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페리클레스가 죽은 직후 태어나 아테네의 패배를 지켜보며 성장한 플라톤은 말했습니다. 불사의 신 아폴론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든 제단의 부피가 여덟 배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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