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논의 달리기 경주 역설에서는 먼저 속도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었습니다. 경주의 역설에서는 사실 암묵적으로 수를 정한다, 비율을 정한다는 규칙이 적용되고 있었으며 그것이 역설을 이해하는 첫 번째 중요한 관점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무한히 가분될 수 있는 것들 사이의 비율, 즉 공간과 시간 사이의 비율이 정확히 주어져야만 역설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었는데요, 결국은 한 없이 계속되는 것 사이의 비율을 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고, 또한 비율을 달리 주면서 역설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부분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생각하고 싶은 부분은 “한없이 계속된다”라는 무한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젤러 교수의 지적으로부터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번 영상에서
시간과 공간의 무한한 가분가능성을 무한히 가분된 것으로 혼동…..
이라는 비판을 소개하였었습니다.
무한한 과정을 통해서 어떤 속성은 살아남고 어떤 속성은 사라지기도 하며 때로는 전혀 새로운 속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바퀴 역설을 다시 보겠습니다. 원을 나누어봅니다. 정확히 1:2의 닮음이 성립하여 길이가 2배라는 사실이 명확합니다. 원호를 이루는 각각의 점이 정확히 일대일 대응하고 있네요.
이것을 반으로 나눕니다. 여전히 1:2의 닮음이 성립합니다. 길이가 2배라는 사실, 일대일 대응이라는 사실 모두 성립합니다.
이 과정은 무한히 계속될 수 있습니다. 호는 무한히 나누어질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무한한 과정 이후에는 어떻게 되나요? 무한히 나누어진 결과물은 한 점입니다. 그 결과 1:2 닮음이라는 성질, 길이가 2배라는 성질은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단지 일대일 대응이라는 성질만 남았군요. 즉 1차원의 호가 가지고 있던 성질인 길이 성질은 사라지고 0차원의 점으로서만의 성질이 남았습니다.
왜 그렇죠? 무한히 나누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주어진 양보다도 그 길이를 작게 만들 수 있었고 그 결과 길이의 성질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삼각형에서의 다음과 같은 주장도 많이 보셨죠?
삼각형에서 두 변의 길이의 합은 나머지 한 변의 길이와 같다!!!
마찬가지입니다. 무한히 나누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주어진 양보다도 그 높이를 작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도 사실 아르키메데스의 공리라고 한다고 소개한 적 있었는데, 그 결과 높이 방향으로의 길이의 성질이 제거되었습니다.
이처럼 무한한 과정의 결과는 예상과는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대수 분야에서 간단한 예를 찾아보겠습니다.
다음의 방법은 바빌로니인들의 방법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제곱근 구하기의 방법입니다. 제곱근 2를 구해볼까요? 처음 1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x_n+1=1/2(x_n+2/x_n)
1, 3/2,17/12=1.41666…,
577/408=1.4142156…,
665857/470832=1.41421356237469…
\sqrt2=1.41421356237309…
불과 몇 단계 만에 참값에 빠르게 가까워지는군요.
그냥 더 단순하게 생각할까요?
1, 1.4, 1.41, 1.414, 1.4142, …
이들 수열은 모두 제곱근2로 수렴합니다. 물론 무한한 과정을 거쳐서 말이죠. 그런데 각각은 모두 유리수입니다. 무리수는 무한한 과정이 끝난 후에 나타납니다. 유리수라는 속성은 사라지고, 무리수라는 전혀 다른 속성이 나타났습니다.
한없이 계속하면 기존의 속성이 사라질 수 있으며, 새로운 성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분에게 신비감을 주나요? 공포감을 주나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은 일종의 공포감을 느꼈답니다.
다음 영상에서는 제논의 역설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기 전에 문제 자체가 아니라 과정에 의해서 정답이 결정된다는 현대적인 역설을 잠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증명하지만 믿을 수 없다(19)-제논의 역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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