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집합은 과연 연속적인가? 칸토르의 집합
지난 주 영상에서 소개한 화살의 역설은 여러분에게 많은 생각의 기회를 주었나요? 궁금함을 안고 오늘의 영상을 소개하겠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두 가지만 간단히 짚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하나는 0.99999…=1이다 입니다.
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처음 접했을 때를 되돌아 생각하면 얼마나 황당한 주장이었는지 … 기억나시나요? 두 번째는 진법입니다. 컴퓨터에서 2진법을 쓰기 때문에 학교에서 따로 배우지 않았어도 잘 이해하실 텐데요. 컴퓨터에서는 2진법 뿐만 아니라 8진법, 16진법도 쓰는데 16진법은 어떻죠? 0부터 15까지의 수를 한 단위 자릿수로 써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 0,1, 2, … , 9, A, B, C, D, E, F를 자릿수 기호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F가 15에 해당하는 자릿수 기호입니다. 컴퓨터 화면 색상표 보셨죠?
오늘 영상에서는 2진법과 3진법이 필요합니다.
0부터 1까지의 실수 집합이 있습니다. 닫힌 구간 [0, 1]입니다. 2진법으로 나타내면 0=0.0000…부터 1=0.1111111….까지로 이 구간의 모든 실수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닫힌 구간 [0, 1]을 적당히 잘라버리면서 새로운 집합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칸토르의 집합이라고 알려진 무한히 끊어져 있는 도형입니다. 사실 실제로 만든 사람은 스미스라고 하는 아일랜드의 수학자인데 칸토르가 이 집합을 이야기하면서 칸토르 집합이라고 이름이 붙어버렸네요. 칸토르가 더 유명했거든요…
먼저 닫힌 구간을 3등분하여 중간을 잘라 버립니다. 양끝점 가운데 하나는 남기고 다른 하나는 같이 버립니다. 이렇게요.
이제 남겨진 두 개의 선분에 대해서 똑같이 합니다. 3등분하고 중간을 버립니다.
이 작업을 3진법의 관점에서 보겠습니다.
가운데를 버리면 소숫점 아래 첫째 자리가 1인 수들을 모두 버리게 됩니다.
두 번째 단계의 작업은 어떻죠? 소숫점 아래 두 번째 자리가 1인 수들을 모두 버리는 작업입니다.
한 없이 계속합니다. 놀랍게도 남는 길이는 0이 됩니다.
처음 남은 길이 = 2/3
두번 째 단계에서 남는 길이 = 2/3 \times 2/3
…
무한히 작아집니다. 결국 거의 모두를 잘라내는 셈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0에 해당하는 점, 2/3에 해당하는 점, 즉 어느 단계에선가 구간의 시작점으로 나타난 점들은 다시는 건드려지지 않기에 절대로 제거되지 않습니다. 구간의 시작점이 아니지만 남게 되는 점들은 더 많답니다. 그런데 그 점들을 수로 표현하면 어떻게 되나요? 오직 0과 2로만 표현할 수 있는 수들입니다. 물론 3진법으로요.
이게 뭐가 신기하나구요?
처음의 선분 위의 점들을 2진법으로 표현했던 수들을 생각해 보세요.
이제 거의 모든 것을 다 잘라낸 후 남은 수들을 3진법으로 표현한 수들을 생각해 보세요.
3진법에서의 2를 1로 바꾸어 2진법의 수로 생각해 보면 모든 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수들을 잘라냈지만 여전히 닫힌 구간의 모든 수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놀랍죠? 3등분해서 한 개씩 버리는 과정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요? 본질적으로 길이 성질을 버리는 과정입니다. 버린 길이의 총합은 1이 됩니다. 하지만 길이 성질을 버렸음에도 여전히 처음의 실수집합을 도로 만들어 낼 수 있네요.
아직 놀란 입을 다물진 마시고요, 한 가지 더 생각을 해보세요.
무한히 잘라냈어도, 모든 점이 끊어진 집합을 만들었어도 그것이 여전히 실수집합과 일대일대응을 이룬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실수의 연속성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또 길이의 성질은 어떻게 되나요?
우리는 상식적으로, 또는 직관적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가 연속이라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고 실제로는 이럴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에서는 어떤 두 점이라도 끊어져 있습니다. 두 점이 아무리 가까웠더라도 어느 단계에선가는 그 둘을 잇는 선분의 가운데를 잘라버리게 되거든요.
직선이 그러하다면 평면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칸토르 집합을 수직으로 엮어서 모든 점이 완전히 분리된 평면, 더 나아가 완전히 분리된 3차원 공간도 만들 수 있습니다. 2차원의 칸토르의 먼지, 3차원의 칸토르 입체가 그것입니다.
저번 영상에서 화살의 역설을 설명하면서 과연 현대의 수학은 운동을 표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였습니다. 과연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 우리가 사는 우주는 연속적인 실체가 맞긴 한가요? 제논의 역설이 제기하는 도발적인 질문이 여러분에게 잘 전달되었기를 바라며 또한 여러분들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시도하는 기회가 되었기를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시간,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들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주장들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주장들을 몇 가지 간단히 살펴본다면, 무한히 분할된 결과인 점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한 가분성을 부정하고 연속성을 부정합니다.
저번 시간에 소개했던 브라이언 그린 교수는 끈이론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그 동안 우리는 한 지점과 다른 지점 사이의 거리, 또는 한 순간과 그 다음 순간 사이의 시간간격을 무한히 작은 조각으로 분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끈 이론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을 잘게 잘라서 플랑크길이나 플랑크시간 단위에 이르면 더 이상 세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만물의 기본단위가 점이 아니라 끈이라는 주장입니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이태형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네요.
“현대 물리학의 발전 덕에 우리는 더 이상 공간이 어떤 균일한 물질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공간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를 공간양자라 합니다…. 공간 양자의 진정한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수학이 필요할 가능성이 큽니다.”
공간 양자를 주장하는 이론에서는 또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공간의 양자는 공간 속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습니다. 공간 그 자체입니다.”
공간은 불연속적인 구조를 가지며 그 알갱이에 해당하는 것이 공간 양자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보니 증명할 수 없는 이야기로 너무 나아갔네요.
저에게 수학적 울림을 주었던 젤러 교수의 주장은 이제 19세기의 낡은 생각으로 밀려나는 느낌이 듭니다.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어느 입장이 맞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전혀 새로운 이론이 나올 수도 있구요.
어쨌거나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수학의 입장에서 보자면 실수를 뛰어넘는 새로운 수 체계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수 체계, 또는 실수체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수 체계를 만들어 내는 과제는 수학의 발전에서 점점 필수적인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점에서 선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차원에서 2차원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바로 공간을 채우는 곡선입니다. 다음 영상에서는 1차원적인 선으로 2차원 영역을 완벽히 채워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