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하지만 믿을 수 없다(41)-공즉시색, 0의 발견

오늘의 이야기는 0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수를 표시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우리는 수학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품의 가격이 4499원이다에서처럼 말이죠.
이 수에서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수법과 진법입니다.
4499에서는 위치기수법과 십진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진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십진법이란 10을 하나의 기준의 되는 수로 생각하여 10개씩의 모임, 10개씩의 묶음에 따라 새로운 명칭이나 새로운 단위를 만들어가는 방법입니다. 잘 아시듯이 컴퓨터는 이진법을 사용하죠?
그 다음으로는 기수법에 대해서 이야기할께요. 앞의 수 4499에서는 똑같은 4, 똑같은 9라 하여도 위치에 따라 그 나타내는 값이 다릅니다.
그래서 십진법의 명칭과 기수법을 생각하면
처음의 4는 사천, 다음의 4는 사백을 나타냅니다. 그 다음의 9는 구십을 나타내지만 마지막의 9는 그냥 구입니다. 이와 같은 동일한 기호라 해도 위치에 따라 그 나타내는 값이 다른 수 표기법을 위치기수법이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는 매우 발전된 방법입니다.
세 가지의 기수법이 있는데,
인류의 역사상 처음으로 나타났던 방법은 단항 기수법입니다. 하나를 나타내는 기호가 있는데 많은 문명권에서 세로줄 모양의 기호를 사용했습니다. 물론 가로줄을 사용한 문명권도 있습니다.
간단하지만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문명이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점점 큰 수를 표현해야 한다면 사용하기가 힘들겠죠? 8을 표현해 보겠습니다. 조금 개선되고 또 조금 개선되고 개선되면서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기호가 등장하게 되네요. 중국의 문서에서는 가로 줄을 이용한 표기방법이 보이네요. 역시 5나 한 자리를 넘어간 수 표기에서는 새로운 기호라고 할 수 있는 표기법이 보입니다.

단항 기수법의 다음 단계는 명수법입니다. 기본이 되는 수의 묶음이 달라질 때마다 새로운 기호를 씁니다.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에서 숫자표시입니다. 십진법을 기본으로 하고 있죠? 계속 새로운 기호가 등장합니다. 이집트의 유적에서 발견된 수 표시인데요, 어떤 수를 나타내는 걸까요? 4622입니다. 명수법에 의한 표기에는 로마숫자 빠질 수 없죠. 이 표기가 나타내는 숫자는 무엇이죠? 183입니다.

단항기수법이나 명수법은 큰 숫자를 나타내는데 힘들고 특히 수 사이의 연산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가장 발전된 기수법이 바로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위치기수법입니다. 같은 기호의 수를 쓰면서도 그 놓인 자리에 따라서 나타내는 값이 다릅니다. 간편하면서도 효율적입니다.

최초로 위치기수법을 사용한 문명은 지금의 중동인 이라크 지역에서 성장한 바빌로니아 문명입니다. 기원전 2천년 무렵에 이미 완성되었는데, 바빌로니아인들은 60진법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보면 약간은 십진법과 육십진법이 섞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문명들이 혼합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먼저 1부터 59까지의 수를 나타내는 기호들입니다.
1을 나타내는 기호와 10을 나타내는 기호 두 가지로 정확히 십진법적인 방식으로 수가 쓰여지고 있죠. 35는 이렇게 나타내집니다.
그런데 이들 수를 바탕으로 그 다음은 60진법의 위치기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빌로니아 인들이 제곱근 2를 표현하고 있는 수를 볼까요? 정사각형이 그려진 점토판 안에 1 24 51 10이 새겨진 설형문자 보이시죠? 이를 지금의 십진법으로 바꾸면 무려 소숫점 아래 다섯째 자리까지 정확하답니다.
이 점토판은 아마도 제곱근 2에 해당하는 수가 있는데 그렇다면 한 변의 길이가 30인 정사각형에서 그 대각선의 길이는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 점토판인 듯 합니다. 꽤나 정확하죠?
하지만 바빌로니아 위치기수법에서는 몇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소숫점 기호가 없었습니다. 또 다른 약점은 간격 조정이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와 같이 1을 나타내는 기호가 두 개 있을 때, 경우에 이게 2인지 한자리 올라간 1-1, 그러니까 현대의 십진법으로 하면 61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약점은 바로 비어있는 칸의 존재여부 였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의 수 표시는 3과 11을 연속으로 표기한 것인데 이것이 과연 3-11인지, 3-0-11인지 알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의 해석은 경험에 의한 암기에 의존하고 있어야 했거나 전적으로 지식을 독점하고 있던 신관들의 자의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바빌로니아 문명 기준으로 보자면 아주 늦은 시기에 나타났습니다. 기원전 3세기 무렵에 처음으로 빈 곳을 나타내는 기호가 등장하는 점토판이 확인됩니다. 이것입니다. 하지만 빈 곳을 나타내는 기호였다. 더구나 중간 부분에 있는 빈 칸을 나타내는 기호라서 여전히 어떤 수표기가 1020인지. 102인지 심지어 0.102인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혼동스러웠습니다.

더구나 이 기호는 일종의 편집상의 기호라서 하나의 수로써 인정받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에게 물어볼까요? 고대 그리스에서도 0을 숫자로 도입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그들이라면 “어떻게 없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단 말인가?”하고 반문하였을 것입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고, 서기 4-5세기의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악은 독립적인 실재를 가지지 않고 단지 선의 결여 혹은 결핍이라는 논리를 생각한다면 그리스-유럽 문명권에서도 0을 수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습니다.

위치기수법을 사용한 또 하나의 문명이 바로 인도 문명입니다. 인도문명권에서도 빈 칸의 문제는 매우 골치아픈 문제였던 듯 합니다. 처음에는 간단한 구분선을 그어서 빈 칸의 존재를 나타내려고 했었는데 드디어 0의 기호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탄소연대 측정법으로는 약 기원후 300년 무렵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의 한 문서에서 다음과 같이 0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도문명은 한 발 더 앞서 나갑니다.
서기 628년 무렵 인도의 수학자 브라마굽타는 브라흐마스푸타싯단타, 창조주에 대한 올바른 교리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은 21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부분 천문학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중 두 장이 수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브라마굽타는 양수 , 음수 , 0 
의 개념에 대한 생각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음수와 0의 개념을 다룬 인류 최초의 책입니다.
예를 들어, 양수와 음수의 합은 두 수의 차이이거나 같으면 0이고, 음수를 빼는 것은 양수를 더하는 것과 같으며, 두 음수의 곱은 양수라고 언급합니다.
0을 수로 인식한 진보적인 관념의 도입은 확실히 인도문명의 업적입니다. 브라마굽타는 이미 인도문명권에서는 일반화한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표현을 볼까요? 18장에서 다음과 같이 확실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18.33. 음수와 양수의 곱은 음수이고, 두 개의 음수는 양수이고, 양수는 양수이다. 0과 음수의 곱, 0과 양수의 곱, 또는 두 개의 0의 곱은 0이다.

자, 간단하지만 위대한 증명 한 가지를 하면서 오늘의 영상을 마치겠습니다. 브라마굽타가 알려준 증명입니다.
임의의 수와 0과의 곱은 0이다.
먼저 0의 성질입니다. 항등원의 성질이라고 합니다.
분배법칙이네요.
지워버립니다.
아, 지운다고 하는 것은 수학에서는 없는 표현이고, 사실 결합법칙과 역원이라는 성질이 쓰여진답니다.
증명의 의미는 무엇이죠? 0도 하나의 수라는 것입니다.
0의 발명, 오늘의 증명이었습니다.


게시됨

카테고리

작성자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