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하지만 믿을 수 없다(42)-피보나치 수열

중세 시대에 서구 유럽에서 가장 재능있는 수학자라면 누구일까요? 바로 피보나치입니다.
피보나치는, 실제 생물학적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이상화한 토끼들을 가정하여, 토끼 쌍의 수에 대한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냅니다.

새로 태어난 번식용 토끼 한 쌍을 들판에 놓습니다.
각 번식용 토끼 쌍은 한 달이 되면 짝짓기를 하고, 두 번째 달이 끝나면 항상 토끼 한 쌍을 더 낳습니다.
토끼는 결코 죽지 않고 영원히 번식을 계속합니다.
1년 후에 토끼 쌍은 모두 몇 쌍이나 될까요?

이 문제는 1202년에 출판된 계산의 책(리베르 아바치)이라는 피보나치의 저서에 나오는 문제입니다. 각각의 달이 끝나고 나서의 토끼 쌍의 수가 차례로 계산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377쌍이라는 답이 나오네요.

피보나치 수열은 보통 관계식으로 주어집니다. 점화식이라고 배웠던 거죠. 그 관계식을 직접 만들어 볼까요?
엔째 달의 토끼 쌍을 한 달 이상 지난 토끼 쌍, 즉 성숙한 에이 쌍과 갓 태어난 비 쌍으로 구분해 놓고 보겠습니다. 그러면 성숙한 쌍들은 새로 한 쌍씩을 낳고 갓 태어난 쌍들은 성숙해지죠. 다시 그 다음 달은 성숙한 쌍들이 한 쌍씩을 낳고 또 성숙해 집니다. 따라서 점화식을 얻을 수 있네요.
피보나치 수열은 여러 가지 좋은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그 성질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현대에 들어와서는 보통 시작하는 항을 0항으로 하여 0항은 0, 1항은 1로 해서 계산해 갑니다.
차례로 계산해 볼 수 있죠?
이렇게 항의 번호를 붙이면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성질들을 깔끔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최대공약수의 성질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피보나치 수열이 신비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황금비가 피보나치 수열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기하죠?
아마도 황금비의 정의와 피보나치 수열의 관계식이 뭔가 깊은 관련이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닐까요?
이 수열을 피보나치 수열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 성질을 깊게 연구한 사람은 피보나치의 문제 출판 이후 600년도 넘게 지난 1800년대 후반 프랑스의 수학자 루카스(1842-1891)였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피보나치 수열의 기원은 아마도 피보나치에게서 시작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피보나치의 저서 계산의 책은 힌두-아라비아 숫자 체계를 설명하고 현대의 “아라비아 숫자” 와 유사한 기호를 사용한 최초의 서양 서적 중 하나였고 거래장부 기입을 해야 하는 상인과 다양한 계산을 해야 하는 수학자들을 대상으로 위치기수법의 우수성과 힌두-아라비아 숫자의 사용을 홍보하는 책이었습니다.

이탈리아의 피사 출생이었던 피보나치는 상인이자 세관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오늘날 북아프리카 지역 알제리의 항구도시 부기아에서 교육을 받아 힌두-아라비아 숫자 체계 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또 피보나치는 아버지와 함께 지중해 연안을 여행하며 많은 상인들을 만나 그들의 산술 체계에 대해 배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마도 피보나치는 오늘 영상에서의 문제를 처음 접했으리라 추측되며 이미 아랍 세계에는 알려져 있던 문제를 각색하여 유럽 세계에 소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피보나치 수열은 산스크리트어 음운과 관련하여 인도 수학에 처음 나타납니다. 산스크리트의 시적 전통에서는 특정 길이의 음절 패턴을 만들어내는 방법의 수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수학자들은 2단위 길이의 긴 음절 단위와 1단위 길이의 짧은 음절 단위를 나열하여 주어진 총 길이를 갖는 연속된 음절 단위의 배열 방식을 세어 보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총길이 나열 방식 총 가짓수
1 1 1
2 11, 2 2
3 111, 12, 21 3
4 1111, 112, 121, 211, 22 5
5 11111, 1112, 1121, 1211,2111,221, 212, 122 8

완벽히 피보나치 수열이죠. 길이가 m인 음절을 만든다면 그 방법의 수는, 현대의 표기법으로는, F_m+1입니다. 이르면 기원전 450년 무렵, 늦어도 기원전 200년 무렵 정도에 활동했던 인도의 시인이자 수학자 핑갈라는 m 음절 길이를 만드는 방법의 수( m +1 )는 m 경우에 1단위 길이의 짧은 음절 하나를 더하고 m −1 경우 에 2단위 길이의 긴 음절 하나를 더하여 얻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피보나치의 책보다 무려 1500년 가량 앞서는 기록입니다.
간단히 변형해서 설명하자면 m 음절 단위를 만드는 방법의 수들을 모두 나열했을 때, 짧은 길이, 수로 표현하면 1로 끝나는 것과 긴 길이, 즉 2로 끝나는 것을 있을 텐데 1로 끝나는 것은 모두 m 경우만큼 있고 2로끝나는 것은 모두  m −1 경우만큼 있으니 다음과 같은 관계식을 얻을 수 있다는 기록입니다.
 m +1 =F m  +m −1 
이렇게 음절 단위를 이용하여 피보나치 수를 만드는 것을 생각한다면 다음과 같은 관계식도 아주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m +n+1 =F m   +m +1 n+1 
여기서 m +n+1m+n 음절 단위를 만드는 방법의 수죠? 앞의 m개의 음절 단위와 뒤의 n개의 음절 단위로 구분해 봅니다. 두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 음절 단위가 정확히 구분되는 경우와
둘째 긴 음절 단위가 앞의 m개 음절 단위의 끝에 걸리는 경우입니다.
첫번째의 경우는 앞의 m개의 음절 단위에 대한 경우의 수 (m +1 )와 뒤의 n개의 음절 단위에 대한 경우의 수 (n +1 )를 곱하여 전체 경우의 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둘째 경우의 수는 앞 부분에서는 m-1개의 음절 단위에 대한 경우의 수 (m )와 뒤의 n-1개의 음절 단위에 대한 경우의 수 (n )를 곱하여 전체 경우의 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증명이죠? 피보나치 수열에는 이런 성질들 이외에도 아주 많은 성질들이 숨어 있답니다.
간단한 수열이지만 많은 성질들이 숨겨져 있어 심지어 피보나치 수열만을 다루는 수학학회지가 있을 정도입니다. 바로 피보나치 쿼터리라는 계간지입니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소개한 증명이 오늘의 증명은 아닙니다.
오늘의 증명은 피보나치 수의 주기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수는 차례로 커져가는 것이 확실한데 갑자기 무슨 주기성이냐구요?
피보나치 수 자체가 아니라 하나의 수를 기준으로 삼아 피보나치 수를 나누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나머지 기준으로 반드시 주기적으로 순환한다는 주장이 오늘 증명하려고 하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보죠. 5를 선택하여 피보나치 수들을 나누어 그 나머지를 구해보겠습니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01123 03314 04432 02241

주기가 15입니다. 순환합니다.

1774년 라그랑주가 처음 발견한 내용인데 10을 기준으로 피보나치의 수들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011235831459437 077415617853819 099875279651673 033695493257291
주기는 좀 길어서 60입니다.
어떤 수를 선택하든지 그 나머지는 반드시 순환할까요?
어떤 수를 N이라 하겠습니다. 피보나치 수열은 이웃 두 개 항이 주어지면 그 다음 항이 확정되므로 피보나치 수들을 N으로 나눈 후 이웃하는 두 개씩 묶어보겠습니다.
(01), (11), (12),…와 같은 방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이와 같이 만든 순서쌍 N^2+1개를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어느 두 쌍은 반드시 겹쳐야 하겠죠? 나머지로 만들 수 있는 서로 다른 순서쌍은 모두 N^2개 뿐이니까요.
어떤 (xy)(xy)가 겹쳤다면 그런데 앞의 것이 처음의 순서쌍 (01)이 아니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피보나치 수열의 관계식으로부터 바로 앞의 수에 대한 나머지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둘다 y-x가 되어야 하죠. 바로 앞의 수에 대한 나머지가 이미 같았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ax)(ax)와 같은 형식으로 같은 순서쌍이 이미 나타났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나씩 앞으로 당기게 되면 결국 (01)이 겹치면서 나타나는 수밖에 없군요. 반드시 순환합니다. 어떤 N에 대해서든지요.

다음 영상에서는 이 나머지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과연 수는 실재하는가? 수는 단지 어떤 관계일 뿐인가?라는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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