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4년 이탈리아 사람인 루카 파치올리는 대수학에 관한 책이자 최초로 복식부기 회계법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인 산술의 대전(산술, 기하, 비와 비례 요약) 을 출판하였습니다. 그래서 Pacioli는 “회계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와 그에 대한 해설이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점수문제라고도 하는 도박에서의 내기돈 분배의 문제입니다. 문제를 조금 각색해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길 확률이 같은 두 사람이 여러 번의 같은 겨루기를 하여 미리 정해진 횟수만큼을 먼저 이기는 사람이 상금을 갖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7전 4선승제처럼요. 그런데 승부가 결정되기 전에 겨루기 외적인 상황으로 도박을 끝내야만 했습니다. 그렇다면 상금을 어떻게 나누어가져야 공평한, 아니면 합리적이라고 해야할까요?, 분배가 될까?라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7전 4선승제에서 두 사람이 각각 2승, 1승을 한 상태라고 하면 상금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요?
파치올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각각이 이긴 횟수에 비례해서 나누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2승, 1승이라면 상금을 2대1로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해법에 대해서는 논란이 생겼습니다. 만약 한 번의 승부만이 있었고, 누군가 1승만을 한 상태라면 그 사람에게 모두 주어야 하나?라는 반론이 나왔습니다.
1654년 무렵 메레의 기사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앙투안 곰보라는 프랑스 작가가 파스칼에게 이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파스칼은 다시 페르마에게 편지를 통해 이 문제를 알렸고, 파스칼과 페르마와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자신들의 생각을 다듬어 갔습니다. 그리고 각자 해결에 이르렀습니다. 두 사람이 합의한 핵심은 상금의 분배는 이제까지의 승부 결과가 아니라 남은 승부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라는 점에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10점을 먼저 얻어야 하는 도박에서 7점, 5점을 얻고서 경기가 중단된 상황과 15점을 먼저 얻어야 하는 도박에서 12점, 10점을 각각 얻은 상태로 도박이 중단된 상황이라면 동일한 비율로 상금이 나누어져야 함에 서로 동의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최종 승리를 위해서 남은 승리의 수가 각각 같기 때문입니다. 파치올리의 방식으로는 7대5나 12대 10 같은 서로 다른 비율로 상금을 나누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각 경기자가 지금까지 이긴 승부의 수가 아니라 최종적인 승리를 달성하기 위해 아직 이겨야 하는 경기의 수였습니다.
페르마의 해결책은 직관적이었고 조금 더 단순했습니다.
예를 들면 7전 4선승제에서 도박사 에이가 2승, 도박사 비가 1승한 상황입니다.
페르마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남은 경기의 결과를 모두 써놓습니다.
AAAA,
AAAB,
,…,
BBBB
사실 이렇게 써놓으면 중간에 이미 승부가 끝나는 상황이 있죠? 하지만 그걸 무시하고 각자가 이기는 경우를 셉니다. 총 16개 중에 에이가 11개, 비가 5개군요. 따라서 11대 5로 나누어야 합니다.
파스칼의 방법은 조금 더 정교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거꾸로 생각하는 거죠. 3승, 3승일 때는 어떻죠? 1:1로 나누어야 합니다. 왜 그렇죠? 서로 한 번만 더 이기면 상금을 모두 가지게 되는 데다가 서로가 이길 확률이 같기 때문이죠. 계산을 간단히 하기 위해서 상금이 총 16이라고 해볼께요. 8:8로 나눕니다.
3승, 2승일 때는 어떻죠? 에이가 1승을 더하면 16의 상금을 모두 갖습니다. 비가 1승을 더하면 3승, 3승인 상황이 됩니다. 그런데 서로 이길 확률이 같기 때문에 16:0과 8:8의 반반을 생각합니다. 12:4로 나눕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 가는 거죠. 3승, 1승이면 어떻죠? 에이가 이기면 16:0, 비가 이기면 12:4입니다. 따라서 14:2로 나누어야 합니다.
2승,2승이면 8:8이 당연하니까, 2승, 1승인 경우는 어떤가요? 14:2와 8:8이 반반씩 가능한 상황이니까, 11:5군요.
그들은 본질적으로 같은 해결책을 찾았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 했습니다. 그러나 토론과 연구의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페르마와 파스칼은 단지 파리에 있는 몇몇의 공통적인 친구들에게만 자신들의 해법에 대해 알렸습니다.
네덜란드 수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는 1657년 확률론에 관한 최초의 논문 《주사위도박이론》을 출판하였습니다. 여기서 그는 게임의 상금에 관한 문제를 다루며 수학에서의 기댓값의 개념을 소개하고 있는데 논문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불평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가장 뛰어난 수학자 몇몇이 … 이 학자들은 서로에게 풀기 어려운 많은 문제를 제기하여 서로를 시험했지만, 그들의 방법을 숨겼습니다. 따라서 나는 기초부터 시작하여 이 문제를 스스로 조사하고 깊이 파고들어야 했고, 이러한 이유로 내가 같은 원리에서 시작했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많은 경우 내 답변이 그들의 답변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페르마와 파스칼 사이의 서신 교환으로부터 비롯된 현대적인 확률론이 하위헌스로 이어져 체계적으로 등장하면서 먼 훗날의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네요. 사실상 많은 인공지능의 의사결정들이 기댓값 계산을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파스칼의 방법이 좀 더 현대적인 기댓값 개념을 확실히 한 점은 충분히 파악하셨죠? 심지어 파스칼은 그의 유고집 팡세에서 신앙을 가져야 이득이다라는 기대값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영상에서는 간단한 기대값 계산해 보면서 확률론에 제기되었던 곤란한 문제 하나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동전을 던지면서 앞면이 나오면 멈추는 경우, 던지는 횟수의 기댓값을 구해볼까요?
확률을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습니다.
1/2, 1/4, 1/8,…
무한히 계속되네요. 그래도 던지는 횟수의 기대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
1곱하기1/2+2곱하기1/4+…
기대값은 확률변수의 값 곱하기 확률들의 총합이쟎아요?
무한하지만 계산할 수 있습니다.
2가 나오네요. 그러니까 평균 두 번 던지면 앞면이 나오고 동전 던지기가 끝난다는 뜻입니다. 무한 급수의 계산이 있기는 했지만 별거 아니죠? 결과도 상식적이구요.
이제 여기에 상금을 붙이고 도박을 해 보겠습니다.
동전을 던져 뒷면이 나오면 계속 던지고, n번째 처음 앞면이 나오면 게임이 종료되고 2n루블의 상금을 지급, 도박의 참가비는 10,000루블
기대값을 계산해 볼까요?
아, 무한대의 값이 나오네요. 무한대의 기댓값이면 무조건 참가해야 이득 아닌가요?
역설은 바로 이겁니다. 기댓값은 무한대가 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이 게임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거죠. 이것이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St. Petersburg paradox)이라고 불리는 역설인데, 베르누이 가문의 한 사람인 니콜라우스 베르누이 1세(Nicolaus 1 Bernoulli)에 의해 제기되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로부터 기대효용이론이라는 새로운 이론이 나타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세속적인 학문의 입장에서 보자면 무한대의 값을 인정할 수는 없었나 보네요. 따지고 보면 기대 효용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아주 큰 수, 아주 큰 금액에 대해서는 기대 효용이라는 값이 그만큼 크지는 않게 된다라는 방식으로 큰 수를 계산의 무대에서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의 입장에서는 위대한 수의 세계를 다루는데 수를 바꿔치기하는 방법은 영 탐탁스럽지 않아 보이네요.
과연 이 역설은 확률론의 근원적인 문제를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예시로 만들어 본 것 뿐일까요? 무한한 금액, 무한한 시간이 없으므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비판도 많이 있긴 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저만의 방법으로 위의 역설을 각색해서 소개해 보면서 오늘 영상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도 하쟎아요?
웬만한 고등학생이라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라서 웹 상에 어떤 예시를 발견할 수 있을 듯한데 아직 찾지 못하여 제 멋대로 이름을 붙이겠습니다. 나중에 찾게 되면 댓글로 남기도록 하죠. 이 확률 기계의 이름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입니다.
공이 하나 있습니다. 흰 바구니와 검은 바구니가 있는데 공이 흰 바구니로 들어가면 끝이 납니다. 그런데 이 확률 실험 기계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에는 흰 바구니와 검은 바구니가 하나씩 있습니다. 공을 위에서 넣으면 정확히 같은 확률로 공이 바구니에 들어갑니다.
흰 바구니이면 1단에서 끝입니다. 만약 검은 바구니에 들어가면 잠시 후에 바로 밑에 있는 2단으로 공이 내려갑니다. 2단에는 흰 바구니 한 개, 검은 바구니 두 개가 있습니다. 공을 위에서 넣으면 세 개의 바구니에 똑같은 확률로 공이 들어갑니다. 흰 바구니에 들어가면 2단에서 끝입니다. 검은 바구니에 들어가면 다음 단으로 내려가서 다시 공을 바구니에 넣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검은 바구니가 세 개입니다. 이렇게 한 단, 한 단 내려갈수록 검은 바구니는 하나씩 늘어납니다. 각각의 바구니에 들어갈 확률은 모두 같고요.
이건 동전 던지기를 변형한 것인데, 동전 던지기라면 언제나 흰 바구니 하나, 검은 바구니 하나로 공 넣기를 하는 상황입니다. 어느 단계에서건 확률은 1/2인 거죠.
하지만 이 새로운 확률 기계에서는 어떤가요? 이 새로운 확률 기계에서
각각의 단에서 흰 바구니에 들어갈 확률을 계산해 볼까요. 1/2,1/2곱하기1/3,1/2곱하기2/3곱하기1/4,…
그러니까 n번째 단에서 비로소 흰 바구니로 들어가면서 끝이 날 확률은 1/n(n+1)이네요.
그러면 이제 과연 몇 번째 단에서 끝나게 될지 기댓값을 계산해 보겠습니다. 동전 던지기라면 두 번째 단에서 평균적으로 끝나게 되었었는데요…
1/2+1/3+/4+…
아, 조화급수네요. 수렴하지 않습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