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중등 수학, 중학교 아이들이 고등학교 이과 수학을 공부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라는 불안감이 작용해서 더 빠른 선행 학습이 부추겨지기도 합니다. 선행학습은 과연 필요한가요? 해야 한다면 어느 정도 해야 할까요? 이것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1. 선행 학습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행 학습의 이유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 아이가 너무 긴장감 없이 생활해서
기본적으로 학부모나 학원의 생각은 100을 공부시키려면 150을 제시하고 따라오게 해야 한다. 그렇게 몰아 붙여야만이 학생이 허덕이던가 불평을 하면서도 100을 하게 된다. 입니다.
“너는 어떻게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꼴을 못 보니….” - 다들 선행하니까
주변 친구들보다 진도가 느린 학생은 내가 너무 느린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갖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우리 애 친구가 수능 수학을 다 끝내고 복습을 하고 있대요. 우리 애가 너무 뒤처지는 건 아닐까요?” - 같은 것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기억나고 이해할 수 있고, …
보다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저희 아이는 배우는 게 너무 느려서….” - 학기 중에 진도에 맞춰 공부하려다 보니 이해도 제대로 안되면서 너무 빨리 지나갔다
학창시절 학부모님의 경험도 반영된 생각이죠.
“학교는 가르켜 주는 것 없이 진도만 너무 빨라요….”
2. 선행 학습은 과연 필요한가요?
분명히 선행을 많이 하지 않았음에도, 성공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선행을 안 해도 되는 걸까요? 아쉽게도 그런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선행을 안 했다고 해도 알고 보면 적지 않게 선행을 한 경우도 많아요.
이해력이 아주 좋은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에게 공부란 수 많은 반복 학습을 통해서 만이 원하는 실력을 얻을 수 있는
의지의 활동입니다.
공부는 인지 -> 학습 -> 재생 -> 동기화 4단계를 계속 반복하면서 실력이 늘게 됩니다. 공부의 왕도는 없습니다. 재생 및 동기화는 많은 반복 학습과 시행착오를 필요로 합니다.
사람의 타고난 재능이나 잠재적인 능력 등에 따라 얼마나 많이 반복해야 할지, 얼마나 많은 습득의 과정을 거쳐야 할지가 달라집니다.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고 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나아가 응용능력을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선행은 필수적입니다.
당장 눈 앞이 시험인데 개념 이해부터 시작하자고 할 수 있나요.
미리 이해하고 미리 다듬어 놓고, 시험을 앞에 두고는 이미 완성된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일찍 시작할수록 다양한 준비가 가능합니다.
3. 선행 학습은 좋기만 한가요? 역효과는 없나요?
보통 선행 학습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반복해서 공부해서 기억에 남도록 하자. 반복을 하다 보면 한 군데 두 군데씩 차차 기억에 남겠지….
나름대로 계획도 서 있습니다.
어떤 개념들이 있는지 우선은 한 번 짚고 넘어가자.
그리고 나서 그 다음에는 문제로 다지고
또 활용으로 다지고
그 다음에는 심화로 다져가면 된다!!….
상식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입니다.
한번은 이렇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런 학습법은 학습법 중에서도 가장 단순무식한 학습법이자 암기과목에 대한 학습법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두 번, 세 번 선행을 이끌고 있다면
특히 수학에 대해서라면 완벽한 시간 낭비입니다.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모님이시라면 자신이 학창 시절에 했던 잘못된 방법, 자신이 실패했던 방법을 자녀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첫 번째 역효과가 있습니다. 수학이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흥미를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학생을 대상으로 고등수학 선행을 하는 학원 거의 모두가 1학년 1학기 과정인 수학(상)을 2개월에 끝내고, 그것도 한 번 끝낸 상태로 2학기 과정인 수학(하)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학기 내내 배워도 힘든 내용을 속전속결로 끝냅니다.
하지만 본인의 능력에 맞춘 것이 아닌 선행학습을 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
아니 이율배반적이며,
오히려 학생에게 수학이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 해도 안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역효과가 있습니다.
꼼꼼히 하는 공부가 아니라 대충대충하는 공부가 고착됩니다.
빠른 속도로 진도를 돌리고 다시 돌아와서 복습을 한다고 해도
한 번 공부했던 부분을 다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착각이 들어
꼼꼼한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나타납니다.
사실 공부의 핵심은 체계입니다. 체계의 습득입니다. 암기과목도 체계입니다. 수학도 체계입니다. 수학은 체계화의 정도가 가장 강력합니다. 앞 내용과 뒷 내용 사이의 연결이 매우 강해서 뒤의 내용을 먼저 배우고 앞의 내용을 배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안됩니다.
띄엄띄엄 한 두개씩의 내용들을 기억한다고 해서 체계가 만들어지나요? 알고 있다는 착각이 오히려 꼼꼼한 개념의 검토를 방해합니다. 결국 실제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고등수학(상)을 다시 공부하게 되면
전혀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더 나쁜 상태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4. 선행 학습을 하면서 무엇을 목표로 정해야 할까요?
선행 학습의 최종적인 목표는 좋은 성적입니다. 하지만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암기를 잘했다, 이해를 잘했다…. 가 아니라
어디까지 진도를 나갔다…. 도 아닙니다.
사실 정확한 목표, 올바른 목표는 다음 두 가지여야 합니다.
첫 번째는 자신감과 동기부여입니다.
선행은 아이에게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만들어 줍니다.
영어 유치원 보내보셨나요? 영어 유치원에 가서 내 아이가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영어를 못하지 않는다는 확신입니다. 주변 친구들은 다 영어를 잘 하는데, 자기만 못한다면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고, 영어가 싫으니까 안할거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입관이란 생기기는 쉽지만 그걸 고치기에는 10배, 20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선행이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게 동기부여가 되어서 더 잘하게 됩니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입니다. 물론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리적인 자신감보다는 실제 실력에서의 자신감이 더 중요해집니다. 따라서 선행학습은 자신감과 실제 실력이 서로 이끌면서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법의 습득과 자기주도학습의 역량 강화입니다.
교육심리학 분야에서는 자기조절학습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자기조절학습은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 과정을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습 이론입니다.
앞에서 잠시 이야기했던 인지 -> 학습 -> 재생 -> 동기화 4단계의 학습 단계의 발전 과정은 단지 저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캐나다 출신의 미국 교육심리학자이자 사회학습이론의 대표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가 주장한 관찰학습 이론을 조금 쉽게 바꾸어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관찰학습은 다음과 같은 네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 주의집중 단계 : 모델이 되는 행동과 그 결과에 주의를 기울임
- 파지 (Retention) 단계: 인지적 행위. 학습자는 보통 언어로 표상하여 기억(언어적인 표현이 힘든 것은 이미지로 기억)
- 재생 단계 : 기억을 실제 행동으로 전환하는 단계(반두라는 이 과정에서 반복이 필요하다고 주장)
- 동기화 단계: 학습한 내용을 실현하고자 하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단계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의집중 단계와 동기화 단계입니다.
숙제 내주고 숙제 관리하고 반복에 반복을 시킨다면 파지 단계와 재생 단계는
억지로라도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관심이 없어
배우는 내용에 주의집중하지 않고
스스로 동기를 찾아 더 깊은 내용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죠?
우선은 이 두 가지의 목표를 가슴 속에 잘 새기고 내 아이의 선행 학습을 꾸준하게 관찰하고 큰 그림속에서 이끌어야야 합니다. 무턱대고 잘하는 친구나 부모님의 욕심, 학원의 진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말이죠…
5.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올바른 선행 학습이란 무엇인가요?
요점은 수준에 맞는 선행 학습입니다.
무조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건가요? 많이 반복하면 좋은 건가요? 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공부의 목표를 빠르기나, 많이 반복하기에 두면 안됩니다.
모든 학습의 목표는 확실하게 이해하고 체계화하는 거에요. 배우는 내용의 80% 이상을 소화할 수 있을 때 시작하는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반도 이해 못하는데 억지로 시작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배우는 내용을 너무 어려워한다면 진도의 빠르기는
배우는 내용의 80%를 이해시키면서 나가야 합니다.
선행이 늦었더라도, 진도를 느리게 나가더라도,
한 번 공부할 때 확실하게 하면 더 결과가 좋습니다.
특히 수학이나 탐구 과목을 선행하고자 할 때에는 단순히 개념을 접하는 수준이 아니라 유형 문제에 대한 풀이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수준, 자신의 시간 등을 고려해서 선행 학습의 분량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전단계가 있습니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오수벨(D. P. Ausubel)의 유의미 학습이론을 변형해서 본다면 다음 세 단계가 있습니다. 암기가 처음입니다. 체계가 그 다음입니다. 분석이 마지막입니다.
암기를 통해 이런 저런 개념이 있다. 무슨무슨 공식이 있다를 알게 됩니다. 체계가 있어야 비로소 암기한 내용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런저런 개념 때문에 무슨무슨 공식이 가능하다입니다. 하나하나의 공식 자체를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보다 높은 체계적 이해의 단계를 말합니다.
발전 단계마다 고비가 있습니다. 처음의 고비는 암기량이 늘어나면서 나타납니다. 이번 시간에 배운 건 잘 이해하고 기억하는데 지난 시간, 지난 주에 배운 내용은 머리 속에서 순차적으로 사라집니다.
두 번째 고비는 암기에서 체계로 넘어갈 때입니다.
첫 번째 고비에서는 순차적으로 까먹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면서 보통 단원마다 중반 이후로 가면 진도 나가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두 번째 고비에 있는지는 판단하기가 힘듭니다. 보통 이렇습니다. 겉보기에는 평균 이상으로 잘 하는데, 같은 단원을 공부해도 이번 시간에 잘 푸는 내용, 다음 시간에 잘 푸는 내용이 다릅니다. 쉬운 난이도의 문제라고 해도 어떤 때는 그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은 것처럼 문제를 틀리게 풉니다. 아 실수했네요라고는 하지만, 다음에는 어디서 실수가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고나 할까요…
세 번째의 고비는 분석 단계에서 나타나는데,
새로운 유형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고
이전의 방법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쉽게 이야기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아쉽네요.
어쨌거나 어떤 단계 중에 있는지, 단계를 넘어가는 상황인지를 항상 관심 갖고 있어야 합니다. 암기를 덕지덕지… 시킨다고만 해서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어떠한 수준의 선행이 적합한 것인지….
어떠한 범위의 선행이 적합한 것인지를 생각합니다.
자기 아이의 몸에 맞는 옷을 입히자!
너무 앞서가지도 뒤쳐지지도 말고
딱 한 발짝 앞선 위치에서 아이를 이끌자!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번 이야기 했기 때문에 또 다시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1. 한 학기 선행 : 예습으로 반드시 필요.
2. 현재 수준이 적합한지 평가 : 잘했다 못했다 보다도 평가의 결과가 현재의 발전 단계에 맞게 나오고 있는 것인지를 확인
3. 선행의 어려움의 근원 찾기 : 자기주도학습의 경향이 강한 아이들이나 자존감이 강한 아이들은 자신의 학습 습관에 집착하거나 고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
4. 못하는 과목 :
난이도를 낮추고 범위를 줄여 단원별, 유형별로 집중 학습
5. 잘하는 과목 : 스스로 난이도를 높이도록 유도
6. 선행을 많이 한 주변 친구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우리 애가 이번에 성적이 떨어졌는데 아무래도 선행 학습을 좀 더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선행 학습이 전부일까요? 선행만이 해답일까요?
하지만 있습니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꾸준하고 일정한 학습 (습관)입니다.
성적이 떨어졌다고 해도 중요한 문제는 꾸준한 학습 습관에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선행을 안했기에 성적 하락이 오는 경우보다는 꾸준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아서인 경우가 더 많다는 이야기인데요.
꾸준한 학습 습관이 훨씬 중요합니다.
특히 꼼꼼한 내용 이해와 수준별 문제풀이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내실 있게 탄탄히 다져 나가려 한다면 꾸준한 학습은 필수적입니다.
2. 예습-복습!입니다.
같은 얘기이고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진리는 가까운 데 있는 법이니까요….
예습-복습의 장점, 가장 강력한 이점은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누구도 예습-복습의 위력을 알지는 못해요.
그러면 좋겠다는 정도지 스스로 해 본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장점은 24시간 안에 같은 내용을 세 번 공부한다 입니다.
예습, 본 수업, 복습. 24시간 안에 이루어집니다.
학교 수업이 아무리 엉망이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특히 내신 관리에는 엄청난 장점입니다.
고2 2학기 성적이 반에서 3~4등 정도인 학생이 있었습니다. 등급으로 치면 잘해야 2점대 후반이나 3점대 초반입니다. 그런데 고3때의 모든 시험에서 전교 1등을 찍었습니다. 3학년 내신으로만 보면 1.0이죠. 철저한 예습 복습의 힘입니다.
선행을 이길 수 있는 것은 결국은 꾸준한 학습 습관입니다.
여기까지 선행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