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입니다. 지난 영상에 이어서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기하학자들이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평행선 공리의 부정, 그 중에서도 특히 예각의 전제에서는 특별한 모순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원하지 않던 결론을 받아들여야 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타났습니다.
평행선 공리는 다른 공리들로부터 연역될 수 없으며
예각의 전제에서도 유클리드의 평행선 공리가 성립하는 직각의 전제에서와 마찬가지로 모순을 찾을 수 없음을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려 갔습니다.
그제서야 기하학자들은 당혹과 절망, 놀라움 사이에서 평행선 공리가 독립적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알아채기 시작하였습니다.
평행선 공리의 독립성을 처음으로 인정하게 된 수학자들은 독일의 가우스(1777~1855), 헝가리의 보여이(1802~1860), 러시아의 로바체프스키(1793~1856)입니다.
가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내각의 합이 180도 보다 작다는 가정은 유클리드 기하학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기하학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내가 전개한 그 기하학은 완전히 논리적으로 무모순하며, 나는 그 사실에 만족한다. 이 기하학의 정리들은 궤변처럼 보이고 문외한에게는 부당하게 보이나, 차분하고 끊임없는 사색을 해보면 그 정리들이 전혀 불가능한 것을 포함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만족한다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위대한 수학자조차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베셀이라는 수학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우스는 다음과 같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나의 가장 진지한 신념에 따르면, 공간의 이론은 순수 수학(=수에 기초한 수학)이 차지하는 위치와 전혀 다른 위치를 차지한다. 우리의 공간에 대한 지식에는 순수 수학에 공통되는 필연성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수가 완전히 우리의 정신의 산물이라면, 공간은 우리 정신 외부에 있는 실재이며, 그 것을 완전히 법칙으로 기술할 수 없음을 우리는 겸손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또 다른 발견자 보여이는 평행선 공리를 증명하려 평생을 보낸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외치듯 쓰고 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정신을 잃을 정도의 놀라운 발견을 하였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이들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놀란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다름 아닌 기하학을 기본으로 하여 수학과 논리학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기하학이 바로 유클리드의 기하학이었구요! 유클리드의 원론이 세상이 나온 이후 2000여 년 동안 수학자, 논리학자, 철학자들은 유클리드 기하학은 존재 가능한 유일한 기하학에 틀림이 없으며 이에 반하는 다른 기하학 세계를 주장한다면 그 체계에는 모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누구도 그 믿음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기하학이 근원적으로 뭔가 불완전하다는 의심은 그들에게는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심각한 정신적 도발이었으며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말아야 할 정신적 금기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평행선 공리가 뭔가 근원적인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겉으로 보여지고 있는 표현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만 생각하였을 뿐이었습니다.
진리를 넘어 이미 고정관념이 되어 버린 2000 여년의 전통을 깨뜨리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었을까요?
하지만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모순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마지막 희망도 유클리드 평면에서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한 모형이 만들어짐으로써 사라져갔습니다. 수학적 모형이 만들어 진다면 유클리드 기하학이 무모순한 만큼 비유클리드 기하학도 무모순한 것이 되니까요! 드디어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탄생하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수학자 푸앵카레의 도움을 받아 로바체프스키와 보여이가 주장하였던 예각의 전제가 성립하는 기하학에 대한 모형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나의 고정된 원 ∑를 선택하고 이를 기본 원이라고 부릅니다. 이 때 이 원의 내부가 바로 예각의 전제가 성립하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세계입니다. 우리는 이 원의 내부를 이 세계를 처음으로 인정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의 이름을 붙여 로바체프스키 평면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럼 먼저 로바체프스키 평면에서의 직선이란 무엇인지 정해봅시다. 로바체프스키 평면의 직선은 기본 원 ∑와 수직으로 만나는 ∑ 내부의 임의의 원의 호 또는 직선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혹시 원의 호를 직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뭔가 의심스럽거나 부조리하다는 느낌을 받으셨나요? 하지만 직선의 정의가 “점들이 쭉 곧게 있는 것”(유클리드의 정의 4)였음을 생각해 봅시다. 유클리드의 정의가 매우 자명해 보이나요? 하지만 그러한 정의가 너무 직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명백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원을 로바체프스키 평면의 직선이라고 반직관적으로 정의한다고 해서 잘못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의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다음의 공리가 과연 성립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기본 원 ∑ 내부의 임의의 두 점을 잡았을 때 이들을 통과하는 ‘직선’이 (반드시 그리고) 유일하게 존재한다.”
이렇게 그리면 됩니다. 두 점을 A, B라 할 때 OA OC=r^2인 점을 찾습니다. O는 원 시그마의 중심이고 r은 그 반지름입니다. 세 점 ABC을 지나는 외접원을 그리면 그 원이 두 점 AB를 지나는 직선이 됩니다. 물론 씨그마 안 쪽 부분만을 보셔야겠지만요.
접선의 성질 기억하시죠? 점 C를 특별하게 정했기 때문에 이 외접원은 경계선에서 원 시그마에 수직으로 접하게 됩니다.
물론 다른 공리들도 정확하게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당연히 성립하겠죠? 왜냐하면 사실 보통의 유클리드 도형들을 그대로 이용해서 모형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특별한 도형들을 그저 직선이라고 이름을 다르게 부르는 것 뿐입니다. 여러분들은 아마도 로바체프스키 평면이 제대로 된 평면이라는 것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곧바로 우리의 핵심적 관심사인 평행선 공리를 검토해 보겠습니다. 그림과 같이 ‘직선’과 ‘점’이 주어졌을 때 주어진 ‘점’을 지나면서 주어진 ‘직선’과 만나지 않는 ‘직선’들을 찾아봅시다.
여러분들은 찾아냈나요? 아마도 다음과 같이 무수히 많은 평행선들, 다시 말해서 처음 주어진 ‘직선’과 만나지 않는 많은 ‘직선’들이 존재함을 발견했을 것입니다. 자신이 발견한 결과가 가져올 파장을 두려워했던 가우스는 그 중 거의 만나는 두 ‘직선’을 평행선이라 불렀으며 그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직선’들을 초평행선이라 불렀습니다. 어쨌거나 무수히 많은 평행선들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세계에서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성질이 성립합니다.
두 가지만 얘기해 볼께요.
삼각형의 넓이가 한 없이 커질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초삼각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도형인데, 세 개의 평행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꼭지각은 모두 0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삼각형은 이 초삼각형의 넓이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각도가 커질수록 그 넓이는 자꾸만 줄어듭니다.
두 번째로는 닮음이면 바로 합동입니다. 아주 간단히 증명할 수 있습니다.
닮음인 도형을 그리고 겹쳐 놓습니다. 사각형 BCDE이 생기네요. 내각의 합은 어떻죠? 반드시 360도가 되어야 합니다. 각이 각각 같으니까요. 그런데 이등변 양직각 사각형의 천정각이 모두 예각인 세계에서 사각형의 내각의 총합이 360도가 되는 일이 가능할까요? 대각선을 그어보겠습니다. 그러면 삼각형이 두 개 만들어지네요. 이 세계에서는 모든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모두 180도보다 작아야 합니다. 그러면 360도가 만들어 질 수 없습니다. 모순이네요. 어떻게 해야 하죠? 사각형 BCDE의 존재를 부정해야 합니다. 즉 이미 두 변은 겹치고 있어야 하며 따라서 두 삼각형은 합동이어야만 합니다.
신기한 일이 많이 벌어지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세계 재밌지 않나요? 오늘 영상에서 소개한 기하학을 쌍곡 기하학이라고 한답니다.
다음 영상에서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이어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