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음 방정식을 풀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x^5-x-1=0
겁낼 거 없습니다. 간단하게 풀 수 있으니까요. 바로 거듭제곱근을 붙입니다.
양변에 미지수 엑스가 있으니 방정식을 풀었다고는 할 수 없겠죠? 다시 대입합니다. 또 다시 대입합니다. 한없이 계속합니다.
그래프를 그려서 한 번 볼까요?
불과 몇 번 만하더라도 실제 참인 근에 금새 가까워집니다.
이런 방식으로 근의 공식을 만들면 안될까요? 아주 쉬운데…
근의 공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근의 공식이란 결국 무엇입니까?
이차방정식을 보겠습니다. 방정식을 변형합니다. 그래프로 생각하면 이것은 늘리고 줄이고 평행이동하는 조작입니다. 계수에 대해서 어떤 조작을 하느냐의 관점에서 본다면 덧셈, 뺄셈, … 사칙연산하는 거구요.
그 다음은 무엇인가요? 제곱근을 구하는 것입니다.
사칙연산하고, 제곱근 구하자… 이것이 알콰리즈미가 세운 방정식 풀이의 기본입니다.
방정식의 차수가 올라간다면 제곱근 구하는 작업이 세네곱근, 다섯제곱근 같은 거듭제곱근으로 바뀌는 것 뿐입니다. 사칙연산하고, 거듭제곱근 구하고 또 사칙연산하고 거듭제곱근 구하는 작업을 되풀이하는 것이 결국 근의 공식입니다.
그런데 하나의 중요한 제한이 있죠? 무엇인가요? 유한한 횟수 안에 작업이 끝나야 한다는 제한입니다. 만약 이 족쇄를 풀어버린다면 처음에 풀어보았던 대로 오차방정식도 문제는 아니죠!!
예전 영상에서 보았던 눈금없는 자와 컴퍼스를 이용한 작도 기억하시죠?
대수학의 관점에서는 이차방정식 풀기이며 제곱근 구하기입니다. 유한의 족쇄를 풀어버린다면 임의의 각의 3등분 가능합니다.
정육면체의 부피를 두 배 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네제곱근은 제곱근의 제곱근이니 결국 제곱근 구하기인 거죠.
하지만 유한한 단계로 끝내야 한다면 어떨까요?
카르다노와 페라리에 의해서 사차방정식까지의 근의 공식이 얻어졌습니다. 수학자들의 도전은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로 이어져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18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근의 공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라그량쥐라는 수학자가 1770년 처음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이후 1799년에 파올로 루피니라는 수학자에 의해서 그 불가능성에 대한 부분적인 증명이 나타났습니다. 드디어 아벨이 1824년 증명을 완성하였지만 불과 18살의 나이에 혜성처럼 등장한 갈르와에 의헤서 1830년 전혀 새로운 관점의 증명이 완성되면서 문제는 일단락되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조금 무리수를 두려고 합니다. 오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불가능하다는 바로 그 증명을 하겠습니다.
사실 저희 영상은 수학의 위대한 증명들에 대해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아니면 더 나아가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소개하면서 같이 이해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영어로 된 영상은 여럿 있지만 우리말로 되어 있는 영상이 없는 듯하여 한 번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대수의 세계에 전혀 새로운 관점을 도입했던 갈르와의 이론을 이용하는 증명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 합니다. 갈르와의 이론은 수학과 대학원 과정인 데다가 한 학기 동안 배우는 내용입니다. 짧은 영상으로 가급적 정확하게 증명을 소개하고자 하는 저의 증명하지만 믿을 수 없다의 기획 의도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새로운 증명을 소개하겠습니다.
카르다노와 페라리의 삼, 사차방정식에 대한 풀이법은 1540년 무렵 나왔고 이후 250년 넘게 지나서 오차방정식 풀이는 불가능하다는 루피니의 첫 증명이 나왔습니다. 이제 소개하려는 증명은 아벨과 갈르와의 증명이 있은 지 다시 200년 정도 지난 1963년 무렵에 아놀드라는 수학자에 의한 증명입니다. 갈르와의 이론을 위상수학적으로, 그러니까 더 간단히 말하면, 기하학적으로 변형한 증명인데, 아놀드의 처음 의도는 고등학생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증명을 만들어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하네요.
먼저 몇 가지 필요한 생각들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사전지식입니다. 복소평면입니다. 간단히 복소수를 평면에 깔아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두 번째로는 거듭제곱근에 대한 새로운 관점입니다. 근의 공식의 핵심이 바로 이 거듭제곱근 구하기에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합니다. 자유로운, 아주 자유로운 생각이 필요하며 아마도 여러분 중에 어떤 분들은 충격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관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간단한 질문입니다.
제곱근 4는 무엇인가요? 당연히 2죠.
세제곱근 8은 무엇이죠? 이것도 2죠. 아니 근데, 이걸로 하면 안될까요? 여기서 생각을 한번 잘해보죠.
왜 2인가요? 사실 세제곱근 팔은 삼차방정식 엑스 세제곱은 팔을 풀면서 나오는 거쟈냐요? 근은 모두 세 개 있는데 왜 2죠? 간단하니까? 실수니까? 하지만 수학의 입장에서 보면, 복소수의 입장에서 보면 다 같은 복소수입니다. 수학이 무슨 미인대회도 아니고 왜 하필 2를 선택해야 하나요?
2를 제곱하는 계산과 4의 제곱근을 구하는 작업, 2를 세제곱하는 계산과 8의 세제곱근을 구하는 작업은 서로 반대의 행위입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어떤 수를 제곱하는 계산, 세제곱하는 계산은 정해진 규칙이 존재하며, 곱셈이죠, 그 규칙에 따라서 연산합니다. 유일한 결과가 얻어집니다.
하지만 제곱근 구하기는 다릅니다. 방정식을 푸는 단계가 처음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중요한 건데요, 다음으로 선택의 단계가 있습니다. 세제곱근 구하기, 다른 모든 거듭제곱근 구하기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이 선택의 단계 때문에 거듭제곱근의 값을 정하기는 확실한 믿음을 줄 수는 없다, 믿음직하지 않다라는 점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세제곱근 8을 구하는 방정식입니다. 세 근을 모두 표현했는데, 우리는 당연히 2를 선택하죠!
그런데 여기서 방정식을 살살 바꾸어봅니다.
상수항을 이렇게 조금 바꿉니다. 방정식을 풉니다. 역시 세 개가 나오는데 세제곱근 8과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당연히 2에 가장 가까운 값을 선택해야겠죠. 이렇게 방정식을 살살 바꾸어가면서 일관성 있게 그 세제곱근을 선택합니다. 정사각형의 경로를 따라가면서 한 바퀴 돌아 봅니다. 보통은 동그라미 경로를 선택하는데 그건 이론을 조금 더 아는 분들의 이야기이고 여기에서는 경로상의 점들을 직관적으로 쉽게 확인하기 위해서 정사각형 경로를 선택해 보았습니다. 이제 완전히 한바퀴 돌아 제자리로, 그러니까 원래의 방정식으로 돌아왔는데, 우리의 선택은 어떻죠? 아 2가 아니네요??
그럼 이제 제곱근의 값을 정하기를 포함하여 거듭제곱근의 값을 정하기는 확실히 믿을 만한 조작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네요. 왜죠? 선택의 단계 때문에 그렇습니다. 절대적인 기준을 정할 수 없어서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아, 한 가지 더. 방정식을 한 바퀴 돌리는 행위와 거듭제곱근의 선택의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어떤 수학자가 세제곱근 8은 -1 더하기 루트3 아이라고 했다고 해 보죠. 그 수학자 입장에서는 한 바퀴 돌았을 때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나요? 삼차방정식의 근 중 나머지 하나로 이동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다른 근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바퀴 회전에 따라서 각각의 세제곱근들은 이웃한 근들로 옮겨갑니다. 만약 두 바퀴 회전이었다면 다시 그 다음으로 옮겨갑니다.
이렇게 말이죠.
만약 네제곱근 1을 구하는 경우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방정식은 x^4-1=0입니다.
상수항에 나타나는 1을 살살 변화시켜가면서 다시 처음의 1로 되돌아오게 하는 조작을 하였을 때 네제곱근 1이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본다면 각각의 근들이 옮겨지는 방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경우들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겠고, 모두 이웃한 위치로 가던가, 그 다음 이웃 위치로 가던가, 또 그 다음 위치, 즉 반대쪽으로 이웃한 위치로 가던가 중에 하나입니다.
모든 근은 같은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하나가 제자리에 돌아오면 모든 근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하나가 바로 옆의 이웃 위치로 간다면 모두가 같은 방향의 바로 옆의 이웃 위치로 움직입니다.
이런 방식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적어도 거듭제곱근 정하기 상황에서는 말이죠. 그나마 거듭제곱근 정하기의 규칙성이네요.
이제 방정식을 살살 바꾸는 작업을 기하학적으로 나타내보겠습니다. 방정식들로 이루어진 공간을 생각하겠습니다. 엥, 방정식의 공간이 도대체 무엇이냐구요? 간단히 계수들로 점을 만들어, 하나의 점이 하나의 방정식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차 방정식은 이차항 계수를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나누면 됩니다. 그러면 이차방정식은
x^2+ax+b=0과 같이 됩니다. 이것을 (a, b)라는 점으로 생각합니다. 방정식의 계수인 에이와 비는 일반적으로 복소수라서 그 점이 찍히는 공간은 사실상 4차원입니다. 그런데 그런 차원 개념은 여기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 간편하게 다음 그림처럼 나타내겠습니다. 이제 방정식의 공간과 그냥 복소수의 집합, 복소평면을 대응시킵니다. 방정식의 공간에서 그 방정식의 근에 해당하는 점들을 대응시키죠.
이제 방정식을 살살 바꿔가는 작업은 방정식의 공간에서 하나의 경로를 그려가는 작업입니다. 원래의 방정식으로 돌아온다면 하나의 되돌아오는 순환형 경로, 루프 만들기에 해당합니다.
돌림의 경로가 어떤지에 따라서 각각의 근들은 자기자신으로 되돌아오거나 서로에게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차방정식은 근이 두 개밖에 없어서 단 두 가지 방식만 가능하군요.
여기서 증명을 완성하기 위한 대장정의 첫번째 주장을 하겠습니다.
1. 방정식의 근들을 어떤 방식으로건 서로 그 위치를 옮길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근이 모두 다른 방정식이 있습니다. 그 근들 사이의 일대일 대응을 만듭니다. 아무거나 만듭니다.
이때 첫번째 주장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방정식의 공간에 하나의 되돌아오는 되돌림 경로가 존재하여 그 길을 따라가면 복소평면에 표시된 방정식의 근들이 일대일대응하는 점, 즉 또다른 근이겠죠, 으로 이동합니다. 하나하나의 근들이 모두 자신이 일대일대응하는 근으로 이동합니다. 어떠한 일대일대응이건 그 이동을 만들어주는 경로를 찾을 수 있다는 명제가 첫번째 주장의 내용입니다.
삼차방정식을 생각해 볼까요?
이차방정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삼차항의 계수를 1로 만들고 나서부터 시작하면 방정식은
x^3+ax^2+bx+c=0과 같이 됩니다. 이것을 (a, b,c)라는 점으로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세 근이 있는 경우를 생각해야겠죠? 그러면 근은 예를 들어 이와 같이 세 점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편의상 1,2,3이라고 이름 붙이겠습니다. 1,2,3인 근 사이에 일대일대응을 하나 만듭니다. 아무거나 만들어도 된다고 했으니 예를 들어 1은 그대로 두고, 2와 3이 서로 교환되는 형식의 일대일대응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방정식의 공간에 과연 이 일대일대응을 가져오는 경로가 있을까요?
거꾸로 생각하면 됩니다. 1,2,3에 있는 근들을 각각 s_1, s_2, s_3라고 하면 방정식은 (x-s_1)(x-s_2)(x-s_3)=0입니다. 전개하면 a,b,c가 얻어지겠죠? 이제 근의 공간인 복소평면에서 그려져 있는 일대일 대응의 선을 따라가면서 근들을 이 선을 따라서 살살 이동시킵니다. 조금씩 이동시키면서 그때마다 방정식을 만들면 a,b,c의 값이 서서히 변해가겠죠? 그러니까 방정식의 공간에 하나의 선이 그려집니다. 이동이 끝나면 방정식은 (x-s_1)(x-s_3)(x-s_2)=0가 되며 근이 일치하니 방정식이 일치해야 합니다. 방정식의 공간에서 처음 위치로 되돌아왔네요. 이게 바로 그 경로입니다.
근들 사이의 어떤 일대일대응이건 이렇게 대응이 되는 선을 그리고 그 선 위를 살살 움직여가면서 각각의 점들을 근으로 하는 방정식을 차례차례 만들어가보면 결국에는 처음의 방정식으로 되돌아올 수 밖에 없으니 방정식의 공간에 하나의 되돌림 경로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니까 처음에 근들의 공간에서 선만 잘 그리면 되는데, 겹치지 않게만 그리면 됩니다. 아니 겹친다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동시에 같은 점을 지나지 않으면 됩니다. 중근이 생기지만 않게 하자는 겁니다. 근을 살살 움직여 가는 과정에서 경로가 겹쳐 중근이 생기면 그 다음에 어떤 경로를 따라가야 할지 선택의 문제가 생기거든요. 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잘 이해하시겠죠?
이제 두번째의 주장입니다.
2. 만약 방정식의 근이 거듭제곱근으로 표현된다면 방정식의 공간에서의 되돌림 경로를 만들었을 때 반드시 회전으로 표현된다.
앞에서 이미 설명한 내용을 정리한 주장입니다.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하나의 거듭제곱근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에 해당하는 방정식은 이렇습니다. 그 근들을 모두 찾아서 근의 공간에 표현하면 신기하게도 원점을 중심으로 하는 정다각형을 이룹니다. 예를 들어 오제곱근 1을 생각합니다. 오차방정식인 경우라서 다섯제곱근 1의 경우 정오각형을 이루죠. 여기서 상수항에 있는 1의 값을 조금 변화시킵니다. 그러면 다섯개의 근들이 조금 움직입니다. 역시 정오각형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하나가 이렇게 움직인다면 다른 모든 근들도 같은 방향, 같은 거리, 같은 각도만큼 움직입니다. 차례차례 움직여가서 하나의 근이 다른 위치로 간다면 다른 근들도 마찬가지로 같은 방향 같은 거리 같은 각도만큼 회전하는 형식으로 움직여야 하겠죠?
경로에 따라서 이런 방식으로 회전하던가, 이렇게 회전하던가 등등입니다.
이 때 회전의 중심은 물론 원점입니다.
거듭제곱근이 여러 개 있다해도 상관없습니다. 각각의 거듭제곱근이 회전의 방식으로 변해갑니다.
첫번째의 주장과 두번째의 주장을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첫번째의 주장으로부터 근들을 서로 임의의 위치로 바꾸는 되돌림 경로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어떠한 되돌림 경로를 생각한다 해도 거듭제곱근에 대해서는 회전입니다.
일반적인 뒤바꿈과 회전하는 형식의 뒤바꿈
차이가 있죠?
그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 증명의 핵심입니다.
그 차이를 수학적으로 드러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두 개의 되돌림 경로를 이어서 해봅니다. 방정식의 공간에 에이라는 루프가 있고, 비라는 루프가 있습니다. 에이라는 되돌림 경로에 의해서는 근의 공간에서 방정식의 두 근 1과 2가 교환되고 비라는 되돌림 경로에 의해서는 1과 3이 교환된다고 생각해 보죠. 교환되지 않는 근들은 자기자신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합니다.
1과 2가 교환된다라는 것을 (1 2)로 나타내겠습니다. 그러면 에이=(1 2) 비=(1 3)입니다.
이제 두 개의 경로를 이어서 하면 근의 대응을 살펴봅니다.
에이를 한 후 바로 비를 해 봅니다. 1은 2로, 2는 3으로, 3은 1로 바뀌어 가는 대응이 만들어지네요. 이것을 (1 2 3)으로 나타내겠습니다. 순서대로 1은 2로, 2는 3으로, 마지막 3은 1로 대응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를 먼저하고 에이를 나중에 해보겠습니다. (1 3 2)네요. 에이 비의 순서를 바꾸니 근이 서로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에이라는 경로, 비라는 경로들을 거듭제곱근으로 주어진 식에 대해서 적용하는 상황을 생각해서 비교해 보겠습니다. 만약 근들이 거듭제곱근으로 표현되는 상황이라면 에이를 하고 비를 하건 비를 먼저하고 에이를 하건 결과는 같습니다. 어떤 경로이건 시작점과 끝점이 일치하는 경로는 반드시 회전이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원점을 중심으로 돌리는데 먼저 10도를 돌리고 20도를 나중에 돌리건, 20도를 먼저 돌리고 10도를 나중에 돌리건 차이는 없겠죠?
바로 이것이 일반적인 뒤바꿈과 회전하는 뒤바꿈 사이의 차이입니다.
자,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을 이용해서 거듭제곱근 꼴로 만들어지는 근의 공식은 불가능하다는 증명을 하겠습니다.
증명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교대로 하기라는 조작을 만들겠습니다. 커뮤테이터라고 부르는 것인데 간단히 교대로 하기, 교대로 되돌리기, .. 생각나는 대로 부르겠습니다. 되돌림 경로 에이와 비에 대해서 에이와 비의 교대로 하기는
에이 비 에이거꾸로 비거꾸로
의 네 가지를 순서대로 이어서 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앞의 예를 가지고 직접 작업해 볼까요? 1과 2를 교환하는 에이의 거꾸로는 그대로 (1 2)네요. 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1 3 2)네요.
만약 회전이었다면 중간에 비라는 회전이 있다해도 에이라는 회전과 에이 거꾸로라는 회전이 상쇄가 됩니다. 비라는 회전도 상쇄되어 모든 근들은 정확히 제자리에 머무릅니다.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자 이제 이 교대로 하기를 가지고 마술을 부려 보겠습니다.
바탕이 되는 주장들은 모두 설명하였기 때문에 조금 여유를 가지고 해보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일차연립방정식이 있습니다. 해를 구할 수 있습니다. 단지 사칙연산으로만 표현되네요.
이것을 방정식의 공간과 해의 공간에 놓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방정식의 공간은 단순히 계수만을 따서 6차원 공간 상의 점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하고, 연립방정식의 해 역시 2차원 공간상에 점으로 표현합니다. 방정식의 공간에서 방정식을 살살 바꾸어가면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옵니다. 그러면 근의 공간에서는 어떻게 되죠? 근이 역시 정확히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사칙연산만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갈 여지가 없습니다. 아, 물론 분모가 0이 되는 점들은 잘 피해가면서 움직여야 하겠죠?
방정식 공간에서의 되돌림 경로가 근의 공간에서의 되돌림 경로로 대응합니다.
그런데 이차방정식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방정식 공간에서의 되돌림 경로가 근의 공간에서는 시작점과 끝점이 다른 선분꼴의 경로가 되는 상황이 가능합니다. 되돌아오는 경로가 아닙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주장이 가능합니다.
3.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계수들을 이용한 사칙연산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심지어 사인, 코사인, 지수, 로그 함수 등의 이른바 연속함수를 이용한 근의 공식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런 근의 공식이 가능하다면 방정식의 공간에서의 되돌림 경로가 반드시 근의 공간에서의 되돌림 경로로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로가 있쟈나요? 그래서 제곱근 기호가 꼭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이차방정식은 잘 아시듯이 제곱근 기호를 딱 한번 사용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한 단계의 거듭제곱근으로 근의 공식이 표현되는 경우입니다. 여기에서 …으로 표현된 부분들은 계수들의 사칙연산으로 표현되는 부분입니다. 더 나아가서 연속함수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해도 상관없습니다.
먼저 방정식의 공간에서 되돌림 경로를 만듭니다. 사칙연산 부분은 정확히 제자리로, 그러니까 처음과 같은 값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거듭제곱근 계산은 어떻죠? 뭔가 회전합니다. 선분형의 경로가 만들어졌죠? 이것을 루프 꼴로 만드는 방법을 생각합니다. 방정식의 공간에서 에이라는 되돌림 경로가 있고, 바로 에이 거꾸로를 시행하면 루프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재미가 없습니다. 갔던 길을 그대로 거슬러 돌아오는 것이니까요. 어떻게 하죠? 바로 교대로 하기를 시행합니다.
에이라는 경로를 하고 비라는 경로를 합니다. 그러면 거듭제곱근은 어떤 회전들로 표현되겠죠? 다시 에이거꾸로를 하고 비거꾸로를 합니다. 그러면 거듭제곱근으로 표현된 부분에서 하나의 되돌아오는 경로, 즉 루프가 만들어집니다.
즉, 방정식의 공간에서 교대로 하기는 거듭제곱근으로 표현된 근의 공간에서는 되돌아오는 경로 만들기에 해당합니다. 교대로 하기는 왜 필요한 조작인지 이해하시겠죠? 바로 근의 공간에서 순환형 경로를 만들기 위해서랍니다.
여기에서 다음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4. 삼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한 단계의 거듭제곱근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왜인지 아시겠나요? 만약 그런 근의 공식이 존재한다면 교대로 하기에 의해서 모든 근은 자기자신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런데 “에이=(1 2) 비=(1 3)일 때, 에이와 비를 교대로 하기를 하면 (1 3 2)”가 되었었죠? 거듭제곱근의 입장에서는 에이, 비는 모두 어차피 회전입니다. 따라서 한 단계의 거듭제곱근 기호만을 사용했다면 모든 근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하는데 모두 움직였네요.
실제로 삼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어떤가요? 거듭제곱근 안에 거듭제곱근 기호가 있는 이중의 방식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볼까요? 삼차방정식의 세 근을 움직이는 방식은 다음과 같이 모두 6가지가 있습니다.
()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자기자신으로 대응시키는 것,
(1 2),(2 3),(1 3) 어느 두 개를 교환하는 것,
(1 2 3),(1 3 2) 세 개를 모두 순환시키는 것
그런데 이들을 가지고 교대로 하기, 커뮤테이터를 만들면
(1 2), (1 3) —>(1 3 2)
(1 2)(1 2 3)—>(1 2 3)
등으로 모두 순환하는 방식만이 얻어집니다. 순환은 결국 회전인데 그래서 삼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세제곱근의 계산으로 끝납니다. 그 안에 또다른 거듭제곱근인 제곱근 기호가 있구요.
자 이제 마지막 주장을 위해서 거듭제곱근 안에 거듭제곱근이 있는 경우를 생각하겠습니다. 그 안에 거듭제곱근을 포함한 거듭제곱근에 되돌아오는 경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할까요?
교대로 하기의 교대로 하기를 만들면 됩니다.
어떤 경로들을 가지고 교대로 하기를 시행하면 거듭제곱근에서의 되돌아오는 경로가 만들어졌었죠? 그런데 그 상황에서 바깥쪽의 거듭제곱근은 하나의 선분형 경로로 이동해 갑니다. 안에 있는 값이 처음 값과 같아졌기 때문이죠. 또 다른 교대로 하기를 하나 가져와서 두 개의 교대로 하기를 이용해서 다시 교대로 하기를 시행합니다. 교대로 하기의 교대로 하기죠. 드디어 되돌아오는 경로가 만들어집니다.
삼차방정식의 경우에는 교대로 하기로 얻어지는 일대일대응이 단 두개 밖에 없습니다. 아, 아무것도 안하는 대응도 있긴 하군요. 모두 회전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가지고 다시 교대로 하기를 시행하면 아무것도 안하는 대응만 얻어집니다. 삼차방정식은 두 단계의 거듭제곱근으로 풀릴 수가 있게 되는 겁니다.
이제 사실상 증명은 이해하셨죠?
이제 다섯 번째 주장입니다.
5. 엔 단계의 거듭제곱근이 중첩되어 있을 때, 여기에서 되돌아오는 경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대로 하기를 엔 단계 중첩하면 된다.
그림을 통해서 쉽게 유추할 수 있네요. 이제 마지막으로 오차방정식에 대해서 생각하겠습니다. 물론 서로 다른 다섯 개의 근이 있는 경우를 생각하겠구요. 마지막 주장입니다.
6. (i j k)꼴들의 대응은 모두 교대로 하기이다.
다섯개의 근이 있죠. (1 2 3)과 (3 4 5)에 대해서 교대로 하기를 해봅니다. 다섯개의 근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이 단 하나의 근, 여기서는 3입니다. 만이 겹치는 순환꼴 두 개를 이용해 교대로 하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2 3 5)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면 이게 무슨 뜻인가요? (m i j)과 (j n k)를 교대로 하기 하면 (i j k)가 얻어진다는 뜻입니다.
삼차방정식에서는 교대로 하기의 결과가 (), (1 2 3), (1 3 2)라서 한번 더하면 아무것도 안하는 시행밖에 남지 않는다 했죠? 두 단계에서 끝났습니다.
오차방정식의 경우는 어떤가요?
가장 첫번째 근들을 임의로 교환하는 모든 방식들이 있습니다. 모두 5!=120가지입니다.
이들을 가지고 교대로 하기를 한 번 합니다. 적어도 모든 (i j k)꼴들은 교대로 하기의 결과로 얻어집니다. 그런데 (i j k)꼴 두 개를 가지고 교대로 하기를 했었네요. 그러니까 이들을 가지고 다시 교대로 하기를 한다 해도 모든 (i j k)꼴들은 다시 나타납니다.
절대 끝나지 않습니다.
이제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엔 단계의 거듭제곱근을 중첩시켜 오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죠. 엔 단계로 교대로 하기를 중첩시켜 근의 공식에서 모든 근을 자기자신에 대응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근을 움직이도록 하는 되돌림 경로가 존재하고 있네요.
그래서 유한한 단계의 거듭제곱근으로는 오차방정식을 풀 수 없습니다. 근의 공식으로 풀 수 없는 가장 간단한 오차방정식이 처음에 소개하였던 바로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