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뇌, 시리즈(4)

에피소드 4: 공감각, 감각의 융합

안녕하세요. 탁PD입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공감각’이라는 흥미로운 현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색을 듣고, 소리를 맛보는 세계, 어떤 모습일지 함께 살펴볼까요?”

공감각이란?

공감각은 하나의 감각이 자동적으로 다른 감각을 유발하는 신경학적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숫자를 볼 때 색깔을 느끼거나, 음악을 들을 때 색을 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죠. 이는 감각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감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형태는 그래픽-색상 공감각으로, 글자나 숫자에 특정 색을 느끼는 것입니다. 또 다른 형태로는 음악-색상 공감각, 맛-촉감 공감각 등이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성격이나 감정에 색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메리 비흐너의 경험(https://www.marybichner.com/)

메리 비흐너는 음악을 들으면 색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작곡가입니다. 이런 능력을 ‘공감각’이라고 부릅니다.

비흐너에게 음악은 단순히 소리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E♭장조 화음을 들으면 보석처럼 반짝이는 파란색이 보입니다. 이런 경험은 그녀의 음악 작곡에 큰 영향을 줍니다.

2016년부터 1년간, 비흐너는 한 공동묘지에서 특별한 작곡 활동을 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높은 탑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가을 단풍의 주황색, 잔디의 초록색, 그리고 늦게 핀 보라색 꽃을 보면서 음악적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이 색깔들을 B♭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비흐너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능력이 있었지만, 처음에는 이것이 특별하다는 걸 몰랐습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와 대화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게 음악을 경험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흐너의 이야기는 공감각이 단순한 감각의 혼합이 아니라, 예술 창작에 도움을 주는 특별한 능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음악은 소리와 색깔이 어우러진 독특한 경험에서 탄생합니다.

공감각의 과학

공감각은 뇌의 과도한 연결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일반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감각 처리 영역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죠. 이는 뇌의 정보 ‘고속도로’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많은 교차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의 연구들은 공감각자들의 뇌가 실제로 다르게 구조화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fMRI 연구 결과, 공감각자들은 특정 자극을 받을 때 여러 감각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래픽-색상 공감각자가 숫자나 글자를 볼 때, 시각 피질의 색 처리 영역이 함께 활성화됩니다.

또한, 공감각자들의 뇌에서는 백질(白質)의 연결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백질은 뇌의 여러 영역을 연결하는 신경 다발로, 이는 공감각자들의 뇌에서 정보가 더 광범위하게 공유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신생아가 일시적으로 공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초기의 뇌는 과도하게 연결되어 있다가 발달 과정에서 불필요한 연결이 제거되는 ‘가지치기’ 과정을 거칩니다. 공감각자들의 경우, 이 가지치기 과정이 덜 일어나 감각 간의 연결이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공감각은 유전적 요인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감각은 가족 내에서 더 흔히 나타나며, 특정 유전자와의 연관성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만 공감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감각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죠. 인터넷의 발달로 공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이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현재 연구에 따르면, 약 25명 중 1명 정도가 어떤 형태로든 공감각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공감각 연구는 뇌의 가소성과 감각 처리 과정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의식, 지각, 그리고 주관적 경험의 본질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공감각 연구를 통해 우리는 인간 경험의 다양성과 뇌의 놀라운 적응 능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감각자들의 삶

공감각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매우 자연스럽게 여깁니다. 대부분은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한다고 생각하다가, 나중에야 자신의 경험이 독특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 공감각자는 고등학교 때까지 모든 사람이 숫자에 색깔을 부여한다고 생각했다 합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작곡가 메리 비흐너 역시, 20대 초반이 되어서야 자신의 공감각을 처음 인식했다고 합니다.

공감각은 창의적인 분야에서 종종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많은 예술가, 음악가, 작가들이 공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창작 활동에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 색채를 그림으로 표현했죠. 또한, 일부 공감각자들은 향상된 기억력을 보이는데, 숫자나 이름에 연관된 색채가 기억을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감각이 항상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공감각자들은 과도한 감각 자극으로 인해 집중력 저하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공감각 연구의 의의

공감각 연구는 인간의 지각과 의식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는 단순히 특이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뇌의 기능적 구조와 정보 처리 방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공감각 연구는 감각 간 상호작용, 주의 집중 메커니즘, 그리고 의식의 본질에 대한 연구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감각자들의 향상된 기억력이나 창의성과 같은 특성들은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 개발에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마무리

오늘 우리는 공감각이라는 놀라운 현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공감각은 우리 뇌의 복잡성과 가소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뇌의 연결성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다양성이 우리의 경험과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영상에서는 또 다른 흥미로운 주제인 ‘맛’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음식의 맛을 느끼는 과정, 맛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그리고 맛에 대한 개인차 등 다양한 측면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맛’이라는 경험이 사실은 얼마나 복잡하고 흥미로운 과정인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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