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는 다시 페르마와 파스칼의 시대로 되돌아가서 시작하겠습니다.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수학적 성취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좌표평면의 발명입니다. 20대 초반의 프랑스 사람 데카르트는 직업군인이 되겠다는 야망을 갖고 네덜란드에 용병으로 입대했습니다. 병영 침대에 누워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를 보면서 좌표계를 생각해냈다는 일화는 다들 알고 계시죠?
하지만 …. 거짓입니다. 초등학생용 설명이랍니다. 데카르트 자신은 1619년 11월 10일 밤에 세 번의 꿈을 꾸었는데, 신성한 영혼이 자신에게 새로운 철학을 계시하였다고 믿었다고 하네요. 다음 날 그 방을 나서면서 데카르트는 해석기하학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합니다.
기하학 문제를 풀면서 수학에 재능을 나타냈던 데카르트는 당시까지의 수학적 발전이 기하학과 대수학으로 분리되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고 이 둘을 통합하여 진정한 수학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데카르트는 1637년 그의 유명한 저서 “방법서설(Discourse on the Method)”의 부록으로 기하학(“La Géométrie”)를 출판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해석기하학의 기본 원리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신성한 영혼의 계시를 받은지 무려 20년 가까이 흐른 뒤네요.
해석기하란 간단히 생각하면 좌표를 이용하여 기하 문제를 수식으로 표현하기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하의 대수화인거죠. 데카르트는 이 방식으로 기하와 대수를 결합하였습니다.
“기하학(La Géométrie)”는 처음에는 많은 수학자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책으로 여겨졌습니다. 데카르트의 표기법이 새롭고 복잡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에겐 이미 익숙하답니다. x, y, z등은 미지수를 a, b, c 등은 상수를 나타냅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이 책은 수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저작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제 해석기하, 간단히 좌표기하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의 등장이 파리 한 마리 정도의 노력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예전 영상에서 소개하였던 입체의 배적 문제입니다. 정육면체의 부피를 두 배로 하는 문제였는데, 이미 플라톤의 시대에 해법이 나왔습니다. 플라톤과 친한 사이였지만 플라톤보다는 무려 50살 정도 어렸으며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메나이크모스(Menaechmus)가 원뿔 곡선을 발명하여 배적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한마디로 2y=x^2과 xy=1이라는 두 곡선을 만들었고 이들의 교점을 구한 것입니다. 참 쉽죠?
하지만 과연 쉬울까요? 메나이크무스가 창조해낸 원뿔곡선을 통해 놀라운 기하학의 세계를 잠시 경험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메나이크무스가 만들어낸 원뿔곡선은 약 100년이 조금 넘게 지난 후 역시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수학자 아폴로니우스에 의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로 다듬어졌습니다. 메나이크무스가 만든 곡선들은 모두 원뿔을 잘라서 만들 수 있다는 간단한 성질이 확립되었는데요, 이 방식으로 위대한 기하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직원뿔이 있네요.
비스듬히 한 평면으로 잘라보겠습니다. 둥그런 모양의 곡선이 얻어지죠?
두개의 구를 내접시켜보겠습니다. 각각 원뿔과 비스듬한 평면에 동시에 접합니다. 각각의 구가 평면과 접하는 점을 에프1, 에프2라고 하겠습니다.
이 곡선은 어떤 성질을 갖고 있을까요? 둥그런 곡선 위의 한 점 P를 임의로 잡아서 에프1과의 거리를 생각해보겠습니다. 빨간색 선분인데요, 이 선분은 접선이죠. 평면을 따라 그린 접선입니다. 모든 접선의 길이는 같으니까. 원뿔면을 따라 그린 접선, 주황색 선분의 길이와 같습니다. 에프2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네요.
빨간색 두 선분의 길이의 합은 주황색 선분의 길이와 같아집니다. 그런데 그 길이는 두 구가 원뿔면과 접하는 두 원 사이의 선분의 길이라고 할 수 있으니 항상 같습니다. 그러니까 단면으로 만들어지는 둥그런 곡선은 아주 간단한 성질을 하나 갖고 있는 거군요. 거리합이 일정합니다.
비율도 일정하네요.
기하학의 세계는 역시 위대하죠. 간단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니요.
이제 방정식의 세계로 가보겠습니다. 포물선의 방정식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최대한 그리스 수학자들의 방식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포물선의 방정식은 가로축으로부터의 거리를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와 세로축으로부터의 거리를 한 변으로 하고 고정된 길이, 4피이겠죠, 를 또 한 변으로 하는 사각형의 넓이가 같아지는 점의 자취인 도형이군요. 그리스 수학자들의 방식으로는요….
쌍곡선은 어떤가요? 특수한 상황을 생각하겠습니다. 높이선에 평행한 평면으로 잘라보는 거죠. 더구나 직원뿔의 꼭지각, 두 모선이 이루는 최대각도가 정확히 구십도인 경우를 생각하겠습니다.
쌍곡선은 그러니까 가로축과 세로축에 이르는 거리를 이용하여 사각형을 만들면 그 넓이가 언제나 일정한 도형이군요.
그러니까 이런 방정식들이 그들에게는 단순한 수식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수식이 아니라 사각형들 사이의 넓이의 관계였습니다. 대수적이기보다는 기하학적인 도형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는 식이었습니다.
이렇게 곱하기는 반드시 넓이와 연결되어서 생각되어져야만 했죠. 그러니까 함부로 엑스 더하기 엑스와이 같은 식을 사용하는 것은 곤란했습니다. 넓이와 길이를 더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데카르트가 이것을 해결하였습니다. 곱하기를 넓이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닮음비를 이용합니다. 간단하지만 위대한 작도, 바로 이것이 오늘의 증명입니다. 대수는 이제 기하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었고, 드디어 신성한 영혼이 계시하였던 완전한 수학이 탄생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