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재미없는, 흥미롭지 않은 자연수가 있을까요? *오늘은 재미있는 수의 역설을 소개하면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정확하게는 흥미로운 수의 역설의 초판본이라 할 수 있는 예전 형식의 역설이 있습니다. 그걸 소개해 볼께요. 간단하지만 증명이니까 잘 들어주세요. 나중에 속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요.
*자연수를 열 여섯 글자 이하로 표현해 보겠습니다./1,2,3,,, 이런 식으로 말이죠. /모두 열 여섯 글자 이하로 표현가능하군요! /그런데 모든 자연수를 열 여섯 글자 이하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자연수는 무한하지만 우리가 글자로 쓸 수 있는 표현들은 유한하니까 불가능하겠죠? 많이 잡아서 한 글자를 나타내는 모든 한글의 수가 십만 개라고 했을 때, 십만의 16제곱이 최대인 거죠? /그렇다면 그 첫 번째 수가 있습니다. 엔이라고 할까요? 이 숫자는 열 여섯 글자를 넘어서는 글자 수로 표현해야 하는 건가요?
*”열 여섯 글자 이하로 표현할 수 없는 첫 수”. 정확히 열 여섯 글자네요. 열 여섯 글자로 정확히 표현됩니다. /이게 열 여섯자 이하로 표현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없다는 이야기인가요?
논리의 역설일까요? 논리의 한계일까요? /이 역설은 두 가지 원인에서 발생합니다.
*첫번째 원인은 자연수로 이루어진 집합, 그것이 공집합이 아니라면 최소의 원소를 갖는다는 성질입니다. /자연수의 집합의 기본적인 크기 관계로 보았을 때, 어떤 집합이건 최소의 원소를 갖고 있습니다. 확실한 거죠? 수학적으로 이를 잘 정렬되어 있다라고 표현한답니다. 자연수 집합의 특별한 성질인데, 벌써 정수 집합도 그렇지 않죠? /음의 정수를 모아놓으면 최소의 원소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원소들을 잘 정렬시킨다는 관점에서 보면 해결책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정수 집합을 이렇게 배열합니다. /또는 이렇게 배열시켜 봅니다. 그리고 최소를 찾는다라는 관점을 보통의 대소 관계에서의 최소가 아니라 이런 배열에서 첫번째로 등장하는 수를 찾는다라는 관점으로 변화시킵니다. 정수집합도 잘 정렬시킬 수 있네요. /모든 집합을 이렇게 잘 정렬시킬 수 있을까요? /칸토어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나중에 수학자들은 정렬정리와 동등한 새로운 공리를 찾아냈습니다. *선택공리입니다. 임의의 집합족, 무한히 많을 수 있는 집합들이 주어져 있을때, 각각의 집합에서 하나하나 대표를 뽑아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가능해 보이나요?
/이 선택공리에 따르면 실수 집합을 잘 정렬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떠한 실수의 집합이 주어지더라도 이 집합의 최소는, 혹은 이 집합의 처음 원소는 무엇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웃긴 건 뭐냐면요, 집합론의 기본적인 공리 체계인 지-에프 공리계에 선택공리를 장착하더라도 실수 집합을 “어떻게” 잘 정렬시킬 수 있는 수학적 공식화는 불가능합니다. 수학적 공식화가 불가능하다라는 명제가 지-에프 공리 체계와 서로 무모순하다는 주장이 증명되었는데요, /잘 정렬시킬 수는 있지만 수학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한다는 상황이네요. /분석철학의 대가 비트겐슈타인이 말했습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수학자들에게나 써야 할 표현이군요.
/수학자들은 수학을 체계화하고 싶어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명제들을 공리로 설정합니다. *공리화할 때, 몇 가지의 기본적인 명제들은 너무나 기초적이어서 당연하게 받아들인 상태에서 그 성질들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기하학에서 점이 있다. 두 점을 이어 직선을 만든다,… 등등의 명제는 당연히 받아들이고 사용하게 되죠? 그런 명제들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쓸모 있는 수학 체계를 전혀 만들어 낼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기본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수학자들은 참, 거짓을 판정해 봅니다. 다시 말해서 보다 기초적인 명제들로부터 증명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 봅니다. 증명할 수 없다면 새로운 기본 성질로써, 새로운 공리로써 체계 안에 도입하게 됩니다. /기하학의 세계에 많은 논란을 주었던 평행선 공리가 있었죠? 새로운 공리를 도입하면서 많은 충격이 있었습니다. 왜 그렇죠? 어떤 공리를 인정하느냐에 따라서 새로운 기하학, 서로 다른 기하학의 모형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집합의 세계에 들어오면 그것은 유도 아닙니다. /수학자들이 한 두개의 공리를 찾아냈을까요? /기본적인 집합론의 공리계에 선택공리를 인정하지 않는 수학적인 모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선택 공리를 인정한다고 해도 새로운 공리들이 끊임없이 나타났습니다. /연속체 가설은 무엇이었나요? 자연수 집합과 실수 집합 사이에는 중간에 끼어 있는 무한의 단계는 없다, 무한의 단계로 보았을 때, 자연수 집합과 실수 집합은 연속적인 단계다라는 가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연속체 가설을 인정하는 수학 체계를 만들 수도 있고 연속체 가설을 부정하는 수학 체계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지에프 공리계에서 일부를 부정하여 공리계를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수학은 바야흐로 레고블록처럼 필요한 공리들을 조합하여 서로 별개인 모형들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수학자들은 예전처럼 충격을 받지는 않았죠? 어떠한 공리계에서건 결정불가능한 명제들이 끊임없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이미 증명되었거든요. 공리계는 절대 완성될 수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니 그 질문에 대해서 답하는 것은 저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일테니 질문을 바꾸어야겠네요.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요?
/바로 처음 이야기로 되돌아가서 두 번째 이유를 이야기하면 될거 같습니다. 첫 번째의 이유를 이야기하다가 너무 주제가 퍼져버렸었군요, 두 번째의 이유를 말하겠습니다. *바로 자기자신에 대한 언급 때문입니다.
/지에프 공리계에 이 공리가 있었습니다. /에이는 에이이다와 같은 자신 자체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자는 공리인데, 왜 이게 공리에 들어있을까요? /바로 러셀의 역설 때문이었습니다. *자기자신을 원소로 포함하지 않는 집합들을 모아 놓자. *간단히 몇 가지 예시를 해볼 수 있겠구요, /언뜻 그럴 듯 하죠?/그런데 자기자신은 어떤가요? 속하나요? /속하지 않아야 하는 거네요. /속하지 않나요? /속해야 하는 거네요. *이 집합은 집합론의 기본 용어로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표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론 과정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사용하는 형식논리학의 기본 명제들 /, 그중에서도 특히 /모순율이나 배중률에 위배되는 듯한 상황이 벌어졌죠? /요점은 자기자신에 대한 언급이라서 그렇습니다. /골머리를 앓게 되었던 수학자들의 해법은 그래, 이건 집합이라고 부르지 말자. 그냥 모임 정도로 하지. 이것이 해법이었던 것입니다. /단순한 집합론 또는 소박한 집합론에서 벗어나 /보다 체계적인 공리화가 진행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내고 마무리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단순한 논리만의 문제는 아니야, 수학 자체의 문제가 될 수 있어. 누군가 이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습니다.*84*
